미국USPSTF 권고 입장 18~79세 선별검사 새 권고안 발표 대한간학회 "완치 가능한 시대, 간질환 줄일 수 있는 기회"
'평생 한 번은 C형간염 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글로벌 보건당국의 발표에, 국내 대한간학회도 동조 입장을 내놨다.
여기서 학계 전문가들은 "예방백신이 없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성인들의 경우 생애주기 선별검사 도입에는 당위성이 분명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국내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각종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B형간염보다 더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C형간염 조기 진단 필요성이 제기됐다.(본지 3월 4일자 첫 보도: 점점 더 강조되는 C형간염 선별검사...국내는 "근거없다" 외면 http://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1132336).
학계에 따르면, C형간염은 B형간염보다 만성화 경향이 더 크고 감염 3년 이후부터는 간암 발생률도 더 높지만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적 변이가 심해 백신 개발이 어렵고 국가건강검진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2015~2016년 다나의원 사태를 시작으로 원주 한양정형외과, 동작 서울현대의원 등 대규모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발발한 이후 국가검진에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던 과거에 마련된 '유병률 5%'라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전히 답보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C형간염 국가 관리에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C형간염 유병률(항체 보유자 비율)이 0.07% 이상일 경우 18세 이상 전체 성인들에 대한 평생 1회의 선별검사가 비용효과적이라는 분석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특히, 유병률이 1% 이상인데도 선별검사를 하지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 전체 의료비용이 더 많이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의 C형간염 유병률이 약 1.2%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는 평가.
국내 의학 전문가들은 "C형간염 바이러스(HCV)에 감염, 만성화되더라도 증상이 없어 악화 전까지 감염자 상당수가 자신도 모른 채 감염 원인 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질병예방 서비스 특별위원회(USPSTF,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미국의학협회(AMA)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JAMA 3월 2일자에 C형 간염 검진에 대한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했다.(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2762186 )
해당 권고안에 따르면, 18세에서 79세 사이의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HCV 감염 선별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 역시 조만간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 대해 일생에 한 번 C형간염 검사를 권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간학회(AASLD)와 미국감염병학회(IDSA) 또한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 대해 C형간염 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18세 미만이더라도 C형간염 감염 위험이 있다면 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https://aasldpub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hep.31060)
국내 학계 "너무 늦기 전에 진단 및 치료 입장 동일"
앞서 공개된 미국 CDC의 개정 가이드라인 초안에 따르면 HCV는 미국의 주요한 간질환 원인이며 약 240만명의 미국인을 감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유병률은 약 1%로 연간 4만4,700명이 새롭게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USPSTF는 이번 권고안 개정에 앞서 2013년 권고안에서는 정맥마약주사자나 동성연애자 등 C형간염 고위험군이나 1945년에서 1965년 사이에 태어난 중년 인구에 대해 1회 C형간염 검진을 권고한 바 있다. 이번에 개정된 권고안은 18세에서 79세 사이의 모든 미국 성인들은 적어도 일생에 한 번은 C형간염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의 근거에 대해서는 'C형간염 혈액검사는 매우 정확할 뿐만 아니라 검사에 따른 위험도 매우 적다' '경구치료제는 완치율이 매우 높고 부작용도 적으며 완치 후 환자의 건강상태가 유의하게 개선되는 것이 입증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USPSTF는 "중년 인구만 검진하는 것보다는 더 젊은 인구를 포함시켜 조기에 C형간염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질병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이라면서 "조사 결과 C형간염을 치료한 경우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전체 사망위험은 60% 감소했고, 간질환 사망률은 89%, 간경변증은 64%, 간암은 71% 감소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30만명이 C형간염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약 2,000~3,000명의 신규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HCV는 호흡기를 침범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리 주로 간에서 장기간 증식하며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을 유발한다. 간질환과 간암 사망 환자의 약 10% 정도가 만성 C형간염과 관련돼 있다.
C형간염은 대개 무증상으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오염된 주사 약물이나 의료기구를 통해 집단으로 감염되기도 한다. 미국은 최근 마약주사와 관련하여 젊은 연령에서 C형간염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회는 "C형간염은 진단 검사가 간단하고 매우 정확하다. 진단된 경우8~12주간의 경구 항바이러스제(DAA) 치료만으로 95% 이상에서 완치가 가능하며, 치료로서 사망률을 60%, 간암 발생률을 71% 만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새로운 전염을 차단하여 사회적으로 박멸이 가능하다. 대만은 이미 국가적으로 C형간염 퇴치 사업을 시작하였고, WHO도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를 위한 전세계적인 노력과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학회 이한주 이사장(울산의대 교수)는 "C형간염은 이제 완치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고 경구 약제로 완치가 가능하므로 본인이 감염 여부를 모르는 성인은 꼭 한 번 C형간염 검사를 받아 보시길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과 우리나라의 C형간염 상황은 동일하다고 할 수 없으나 너무 늦기 전에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입장은 동일하다"며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고 예방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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