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회용 주사 재사용 금지법 소급 적용 복지부 행태 제동 의료기기 재사용 할 수밖에 없는 현실 법적으로 설득 주효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 한 게 '비도덕적'이라며 행정처분을 내리려는 보건복지부 행태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대전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신동헌)는 신경외과 전문의 K원장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복지부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K원장은 경막상 주사 또는 척추 후지내측지 신경차단술을 할 때 일회용 금속성 척추천자침을 사용했다. 천자침 포장지에는 '본 제품은 일회용 멸균 의료기기임'이라고 적혀 있다. K원장은 고온 고압 멸균기 오토클레이브에 천자침을 멸균 소독해 1~3회 정도 재사용했다.
복지부는 천자침을 재사용하는 게 비도덕적이라며 의사면허 정지 1개월이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K원장이 복지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행정처분을 받기까지 과정에서 의료법이 바뀌었다.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 재사용을 금지하는 법 조항이 만들어져 본격 시행된 것이다. 복지부는 이 법을 K원장에게 소급 적용한 셈이다.
K원장은 억울했다. 재사용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했다거나 시술을 실패하는 등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 요양급여비를 부당청구한 적도 없다. 일체 말 그대로 천자침을 관행에 따라 재사용했을 뿐이었다. 심지어 법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재사용을 일체 하지도 않았다.
2심에서부터 K원장 측 변호인으로 참여한 법무법인 의성팀은 단순히 일회용을 의료기기를 다시 사용했다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왜'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의료기기를 다룰 때 일회용을 '일'회용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을 법적 논리로 증명해 재판부를 설득한 것이다.
의료기기 재사용 문제를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 논문도 찾아서 증거로 제출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09년 12월에 발간한 '진단 및 치료재료의 재사용 원칙에 관한 연구'가 그것이다.
K원장 측은 복지부의 행정 처분에 대해 사유가 없고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 대한 재사용 금지가 법률상 의무로 명시된 것은 2016년 5월 29일이다. 그전까지는 일화용 주사 의료용품에 대한 재사용 금지 의무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K원장 측은 또 "어떤 의료기기가 일회용으로 허가받는 이유는 2회 이상 사용했을 때 안전성이나 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재사용 가능한 적정 횟수, 재사용을 위한 재처리 방법, 재처리 이후 안전성과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등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 허가받는데 제조업자의 부담이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회용으로 허가받음에 따른 판매 증대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제조업자가 일회용으로 허가받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 개정 전까지 복지부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린 사례가 있는지 확인한 것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멸균 소독 후 금속성 의료기기를 재사용한 사안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을 한 사례는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도 K원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K원장이 천자침을 재사용하던 당시 법령 기준을 적용하면 의료기기에 일회용이라는 표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인이 그 의료기기를 재사용해서는 안 될 법령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라고 동의했다.
또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에 대한 각국의 논의,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 의료환경 등 여러사정을 종합했을 때 어떤 의료기기에 일회용이라는 표시가 있더라도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재사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해당 의료인의 책임과 결정에 맡겨져 있었다"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K원장 변호인 측은 법 개정 전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했다며 소급해 처분을 하려는 움직임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동필 변호사는 "일회용 재사용 관련해서는 수사기관에서 조사 들어간 사건도 있었는데 무혐의로 끝났다"라며 "이번 판결로 복지부가 법이 시행되기 전 행위에 대해 소급해서 처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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