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전 회장·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SNS 통해 서로 저격 주변 의식했는지 비방글 썼다가 지워...의협 내부 갈등 수면 위로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에다 젊은의사를 중심으로 한 투쟁까지 겹쳐 바람 잘 날 없는 상황에서도 차기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젊은의사가 똘똘뭉쳐 대정부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배의사들은 차기 의협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내홍을 빚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
1일 의협 노환규 전 회장은 개인 SNS를 통해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노 전 회장은 "차기 의협회장에 도전하고 있으면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박 회장이 이번 의사의 투쟁을 내면적으로 반대하고 방해 해왔기 때문"이라며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말끝마다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외쳤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홍준 회장이 지난 5월 열린 서울시의사의 날 기념식에서 한 말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겉과 속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당시 박 회장은 "의대정원 증원이나 원격진료 도입 등 이슈에 의료계가 내놓을 수 있는 답인 결사반대, 저지, 총파업을 계속 반복할 수는 없다"라며 "의료계가 시대 흐름에 따르지 못하면 이기주의적 집단이라는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 전 회장은 "박 회장이 드디어 속마음을 열었다"라며 "의대정원, 원격진료 도입이 시대 흐름이고 이를 계속 반대한다면 이기주의적 집단으로 매도될 것이라는 주장"이라며 해석을 더했다.
박홍준 회장도 즉각 개인 SNS를 통해 반격의 글을 게시했다. 노 전 회장을 향해 '상왕'이라는 표현도 썼다.
박 회장은 "의료계 투쟁과 코로나19 2차 유행이 한창인데 선거시계는 돌아가고 있나보다"라고 운을 떼며 "상왕 자리 지키려 초조한지 모르겠지만 전 의협회장이라는 사람이 수차례 저격한다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3개월 전에 한 인사말을 이틀 전에 한 것이라고 거짓말하며 선동에 여념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진정한 의료계 미래를 위해 이제 그만 구태는 사라져야 할 시점"이라며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는 편가르기, 왜곡으로 선동하기 등의 작전이 통하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겠지만 결국 의료계는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며 서로의 발목을 잡고 갈등만 최고조에 달했다"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또 지난달 26~28일 진행된 2차 전국의사 총파업에 노 전 회장이 직원 하계휴가라고 쓴 후 휴진한 사진을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게시글을 올린지 약 2시간 만에 돌연 삭제했다.
차기 의협회장 선거가 내년 3월 예정된 만큼 의료계 내부에서는 선거에 나설 후보에 대한 하마평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그중 박홍준 회장은 서울시의사회장이자 의협 부회장으로서 차기 의협회장 선거 출마가 유력한 인물 중 가장 처음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 전 회장은 의료계 투쟁 기간 내내 박 회장을 겨냥하는 글을 꾸준히 게시했고, 이는 선거를 약 반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박 회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공개 비판에 나섰고 결국 박 회장이 노 전 회장의 저격에 직접 반박하면서 갈등의 모습이 결국 바깥으로 나오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총파업 투쟁을 하고 있는 젊은의사들이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전공의, 의대생, 전임의가 연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날이었다.
양측의 대립을 지켜본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코로나에 투쟁으로 의료계가 어느 때보다 단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만이라도 서로 나쁜 모습 보여주지 않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다"라고 꼬집었다.
비판적 분위기를 감지한 듯 양측의 대립은 불과 몇시간 가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우선 박홍준 회장이 게시글을 올린지 약 2시간 만에 글을 돌연 삭제했다.
노환규 전 회장도 같은 날 저녁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다시 게시하고 "전직 의협 회장이 현진 서울시의사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볼썽사나운 일은 그만두려고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사람에 대한 실망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그런다고 바뀌는 것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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