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등이 발의한 재난 및 안전 관리기본법이 지난주 논란에 휩사였다. 2020년 8월 24일 발의된 개정안의 제안사유에는 재난관리자원이 물적 자원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코로나19와 같이 의료인력 등 인적자원이 절실히 필요해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미흡한 실정이라 재난관리자원에 ‘인력’을 포함시키려 한다고 하였다.
이후 의료계 등 관련단체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하였고 불똥은 같은 당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남북 보건의료 교류 협력 증진법’ 까지 엮여서 언론과 SNS 등에서 커다란 논란이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전공의 파업 중 정부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진료중단이라고 보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시점이었다는 점, 의사는 어떤 직역보다 ‘공공재’라는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의 발언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신현영 의원의 개정안은 그 법 자체보다는 황운하 의원의 개정안과 연계되어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MBC ‘시선집중’에 출연한 황의원은 재난관리자원에 인력이 빠져 있는 것은 입법의 미비사항을 보완한 것에 불과하며 갑자기 강제동원이니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답하였다. 협의나 동의를 전제로 가능하다는 것으로 강제동원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의도적인 왜곡이라고 본다고 답한 바 있다.
황운하 의원이 직접 나서 강제동원이 취지가 아니라고 하는 밝힌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관련 단체가 개정을 반대한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지 사람이 어떻게 비축과 관리 대상이냐는 것뿐만이 아니라 개정안대로 인력이 재난관리자원으로 되면 동법 39조의 동원명령 조항에 자동으로 연결된다. 비축, 관리 대상이 되어버린 인력은 재난관리자원으로서 동원명령에 따라야 한다.
재난관리책임기관이 지시를 위반할 때 형사적 책임은 없어도 정부와 지자체 등은 경고, 징계 등을 할 수 있다. 현행 동원명령 대상은 민방위대, 군부대 등이다. 황운하 의원은 이러한 우려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의도적 왜곡이라고만 답한 것이다. 2017년 철도파업이 발생했을 때 당시 정부는 파업을 사회재난으로 규정하고 이 조항을 근거로 군을 동원하여 철도파업을 무력화한바 있다. 올해 3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평소 정부지원과 급여를 받는 예비군(의료인력 포함)을 동원할지 검토하다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의료인이 민관협력으로 재난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자발적 동의에 근거하여야한다. 동일본 대지진때 현장으로 달려간 타 지역 의료진들은 법에 따라 공무원의 직위를 부여받고 보상규정에 따라 보호를 받으며 재난의료팀, 재난정신응급팀의 소속으로 일했다. 여진의 위험을 알고도 유서를 쓰고 달려갔다. 그것이 이 분야의 전문가의 정신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국가의 역할은 이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민간의 피해에 대해 공무원과 같은 수준으로 보호하고 신뢰를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월호, 지진,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국민들이 그리고 의료인들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대구로 달려간 의료진은 3800명이 넘었다. 앞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더 활성화되어야한다는 건 맞다.
황운하 의원의 개정안은 오해나 남용의 소지가 없도록 민간 인력이 동원의 대상이 아닌 자발적 동의와 협의의 대상이라는 것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재난현장에 달려가는 인력의 권한이나 피해보상규정과 같은 자발적 참여를 존중하는 여건부터 마련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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