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국시 추가 응시에 국민적 동의라는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현재까지 국가고시(이하 국시) 응시 여부는 묘연한 모습이다.
다만, 이번 의대생들의 결정이 국시 응시와 관련해 논의 모멘텀이 마련됐다는 시각이 많은 상황. 특히 국시 실기시험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물밑에서 빠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정부는 의대생으로부터 국가시험(이하 국시)을 응시하겠다는 의견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추가시험을 검토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입장. 반면, 의대생도 단체행동 중단과 별개로 직접적인 국시응시 요청 의사를 전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이 단체행동 중단을 결정한 것과 별개로 정부와 의대생들의 논의에는 여전히 평행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
결국 의대생들이 더 이상의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시와 관련해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선배의사들이 어떤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회장은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의사국시 미응시 학생 구제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어 의대생 단체행동 중단과 맞물려 물밑 움직임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 박용언 이사는 "의대생이 단체행동을 이어갈 경우와 아닐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 왔기 때문에 의대협이 손을 내밀면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며 "의대협이 제자리로 돌아간 뒤 국시응시에 대해 언급하면 피해를 가장 안 받는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대생이 옳은 행동을 했기 때문에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 시험을 볼 권리가 있다고 의협에게 이야기 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현재 문제를 정무적으로 풀 수 없기 때문에 아직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또한 의대생 국시 응시와 관련해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의대협의 단체행동 중단을 국시에 응하겠다는 발언으로 정부가 받아들일지 여부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 이윤성 원장은 지난 주 여러 매체를 통해 응시생들이 국시에 응시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제시한다면 정부와 적극적인 논의를 해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정부만 결정을 내려준다면 시험일자 조정 등 구제방안을 마련해보겠다는 설명이다.
정부 또한 브리핑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대생들의 국시응시에 대한 '요청' 후 검토를 강조했지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단체행동 중단이 국시응시를 요청한 것은 아니다"고 밝힌 상태로 추후 국시응시 요청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의대생들이 단체행동을 중단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그 이상의 제스처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
이와 관련해 서울 대학병원 A교수는 "단체행동 중단은 사실상 학생들이 국시를 치르겠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 봐야하고 정부도 '요청'이란 프레임을 고집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사실상 의대생이 공을 다시 정부에게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국시응시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2021년도 의사배출이 약 400명 정도에 불과하고 2022년도에는 올해 본과3학년과 시험에 미응시한 본과4학년이 더해져 약 6000명의 의사가 배출되는 기형학적인 배출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 영향을 미칠 부작용 클 전망. 이미 국시가 진행되고 있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는 발 빠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KAMC 한희철 이사장은 "국시원의 다른 일정들도 연결돼 있어 시간이 많지는 않다"며 "아직 불씨가 가라앉은 게 아닌 상황이라 조심스럽고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추가시험 등록 등 문의를 통해 상황 판단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국민적 동의'를 언급하고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서울 소재 의대 B학장은 "복지부가 국민적 여론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도 어려운 과제"라며 "하지만 의대생들이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나온 것으로 의대생들을 강하게 때리고 궁지에 모는 것보다 다독이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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