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의료인력의 수급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 터져 나온 얘기가 아니다. 최근엔 공공의대 증설이나 의대 증원 이슈로, 전국 의대생들까지 젊은 의사 총파업 사태에 참여하며 관심의 정점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국가 의료인력의 부족 이슈가 강조되는 것은 단순히 한 지역이나 세대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 분위기라는 대목이다.
실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전문인력과, 지역별 균등 분배 문제를 놓고 잡음이 심하기는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이달초 미국의과대학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이하 AAMC)는 연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매년 의대생 선발인원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학생들이나 전공의들의 거주지 문제, 교육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등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여기서, 의료인력의 수급을 늘리는 방편으로 이미 십수년전부터 실질적인 대안이 추진되고 있었다는 대목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6월에 발표된 AAMC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경우 2006년부터 의사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 등록을 늘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에서도 언급됐듯, 단순히 증설과 증원이라는 수치에 집착하는 것으로는 양질의 전문인력을 배출하는데 현실적인 한계점이 많다는 사실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얘기인 즉슨, 보고서를 작성한 협회 인력연구 총괄책임자의 말을 빌리자면 "졸업 후 의대생을 교육할 충분한 교육 연수프로그램이나, 연계된 임상 교육기관, 잘 갖춰진 레지던트 교육 거주 공간, 자격을 갖춘 전공 교육 교수 등의 저변이 마련되지 않고는 학교의 증설이나 증원을 통한 의사 부족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는 대목이다.
보고서 조사결과에서도 문제점은 그대로 드러난다. 그간의 AAMC 연례 설문조사 자료들을 비교해보면, 140개 의과대학들에 의대 등록률은 작년도 기준 2002년 이후 33% 증가했으며, 2018년과 비교해서도 2%가 증가한 수치였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증원된 학생들의 교육체계를 두고는 불만사항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많았다는 것이다.
새롭게 증원된 신입생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 장소 등이 충분치 않고 이를 우려한 의과대학의 비율도 44% 수준으로 전년도와 같은 비율을 보였다. 또 임상실습 장소의 문제(84%)와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프리셉터의 수급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응답률이 86%로 보고되며 실상 늘어난 인원수에 비해 학생들이나 교육 공급자들 모두가 불만족에 가까운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물론, 의대 증원과 증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교육환경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는 예산 확대가 필수적으로 결부된다. 따라서 의료인력수 부족을 증원에서 찾으려는 미국의 경우도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부담 문제를 지목하고 있는 이유다. 1997년 시행된 균형예산법(Balanced Budget Act)으로 인해 레지던트 교육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메디케어' 보험재정의 한도분을 제한함으로써 대학원의학교육(GME)의 기회를 넓히려는 노력들이 결국은 계속해서 발목을 잡히고 있어, 인력 확대는 결과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더불어 의료인력의 확대를 위해 시행하는 이러한 GME 프로그램의 전국적인 균등 배분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국내에서 문제가 된 공공의대 신설 문제 등과도 관련지어 볼 수있는데, 특정 소외지역에도 GME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얘기였다. 국가의 의료적 니즈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모든지역에 GME 프로그램을 운용해야겠지만, 이러한 이슈는 개인이 동의가 필요한 일이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양질의 의료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각자의 생존권이 달릴 만큼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이러한 중대사에 단순히 수치적 분배에 치중하기보다, 인력 증원을 위한 시스템적인 저변 확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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