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십수년의 소요시간이 투입된다는 백신 개발. 겨울철 3차 대유행을 시작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에서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버린 유전자 백신들이 실제 접종에 들어가 연일 이슈다.
국내는 백신 품목의 사전계약과 인허가, 유통 문제로 접종까지 아직 요원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mRNA 유전자 백신 기술을 접목시킨 차세대 감염병 백신의 상용화가 당장 오늘 일이 된 것이다.
현재 미국계 다국적제약기업인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는 14일부터 접종이 시작된데 이어 미국 모더나가 개발한 동종 유전자 백신도 이번 주 17일 이후 긴급사용승인이 예고돼 접종을 앞두고 있다.
또 이들 두 개 백신 외에도 유력 백신 후보물질이란 평가를 받으며 마지막 임상단계인 3상임상에 접어든 품목만 10개가 넘는다.
이들 백신들을 훑어보게 되면 글로벌 승인이 빨랐던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들은 mRNA 유전자 백신 방식을 채택한 경우였고 나머지, 승인을 대기 중인 후보군들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adenovirus vector)' 기술이나 기존 불활성화(사백신) 백신을 근간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코로나19 백신들의 공통점이라면,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불활성화 백신을 제외할 경우 바이러스 운반체(벡터)나 mRNA 전달 백신 방식 등 다소 생소한 용어를 차용하고 있으나 모두가 면역항체반응을 효과적으로 유발시키는 물질을 벡터라고 하는 운반체에 태우는 최신 기술을 접목시켰다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상황이 경쟁적으로 보도되면서 일각에서는 백신별 냉동 및 냉장보관 방식이나 백신 자체의 유효성 데이터를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는 점이다.
백신들마다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중화항체 역가(항체반응) 비교 등 다양한 분석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교차 비교가 본질적으로 어떠한 의미도 가질 수 없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 다양한 인종과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군에서 감염병 백신 옵션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기 때문에 가장 효과가 좋을 것으로 판단되는 단일 품목에 기대기보다는 중화항체 및 T세포반응 측면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선택지들의 가짓수를 늘려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개발이 진행 중인 백신 후보군의 중간분석 결과들만 살펴봐도, 대다수의 후보물질들은 백신 가능성 지표인 T세포 및 면역글로불린 반응률, 항체 생성을 놓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또 하나 관건은, 감염병 대유행 사태라고 하는 특수 상황에서 신속 개발과 긴급 사용승인 이후의 안전성 관리방안이 될 것이다.
시판후 안전성 모니터링의 방편으로, 향후 백신 접종 결과가 허가임상과 비슷하게 나올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앞서 3상임상을 진행하지 않은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허가 사례나, 3상임상에서 횡단성 척수염(transverse myelitis) 이슈가 불거진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후보물질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백신의 안전성 모니터링과 관련한 국내외 임상기준들을 살펴보면, 후보 백신들의 잠재적 유효성과 낮은 위해성을 설명하는 임상자료의 제출요건이 갈수록 빡빡해지고 있다.
이를테면 초기 임상단계부터 국소 및 전신 이상사례, 예측가능한 이상반응이나 심각한 이상사례 등의 환자 모니터링을 강조하고 백신의 실제 유효성을 가늠해볼수 있는 중화항체가를 포함한 면역원성 자료 제출도 중요해진 것이다.
올한해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프로그램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였다.
결코 속도전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판 후 초기기간 대규모 접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해성 관리계획은 꼼꼼할 수록 좋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안전성 장기추적 조사와 장기면역원성 연구, 특정인구 집단의 안전성 정보 수집은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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