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드디어 코로나 항체치료제 임상2상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비교적 예상했던 대로인데(항체 치료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도 내용이 조금 과장된 점들이 있어서 간략한 결과 요약 및 몇가지 문제점를 짚고자 한다.
먼저 이 임상시험은 2상으로서 307명의 코로나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204명은 치료제를 투여받았고, 103명은 위약을 투여받았다. 참고로 미국 FDA에서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 EUA)을 받은 릴리의 항체 치료제는 465명, 리제네론은 79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대부분의 보도 기사에 따르면 이 치료제가 중증으로 가는 발생률을 54% 감소시켰고, 50세 이상 중등증 환자군에서는 68% 감소시켰다고 돼 있다. 그런데 코로나와 같이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질환에서 이런 방식의 데이터 제시는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서 치료군에서 중증 환자가 1명 발생하고, 위약군에서 2명이 발생하면 이 또한 발생률을 50% 감소시킨 것인데, 이런 경우 50% 감소시켰다고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상시험에서는 적절한 통계기법에 의해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됐는가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셀트리온 보도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환자에서 중증으로 가는 비율은 치료군 9명/204명(4.4%), 위약군 9명/103명(8.7%)였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즉 전체적으로는 중증으로 가는 발생률을 줄이지 못했다.
그런데, 50세 이상의 폐렴을 동반한 중등증 환자에서는 치료군 7명/80명(8.8%), 위약군 9명/38명(23.7%)로서 p value 0.0418 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그러므로 제한된 환자군에서 중증으로 가는 비율을 감소시켰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고령을 정의하는 65세 이상에서의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았는데, 같이 제시하는 것이 전체적인 경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로 제시된 유효성 지표는 임상적 회복에 걸린 시간인데, 치료군은 평균 5.4일, 위약군은 8.8일로서 약 3일 가량 단축됐고, 50세 이상 중등증 환자에서는 약 5~-6일 단축됐다는 점이다. 이는 데이터적으로는 분명한 효과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 회복에 까지 걸리는 시간은 환자간 차이가 매우 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체 치료제에 매우 신속한 반응을 보인 소수의 환자들로 인해 전체적인 중앙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중앙값을 비교한 경우 데이터의 distribution plot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회복까지의 시간이 빠른 점이 실제 방역 현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코로나 치료제로 가장 먼저 허가된 렘데시비르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입원한 환자의 회복까지 필요한 시간이 약 5일 정도 단축된 효과로 정식 허가됐으나, WHO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인공호흡기 치료 또는 입원 기간 감소와 같은 실제적 효과는 없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외래 환자의 회복까지의 시간 단축이 실제 방역에서 병상순환율 등 의료시스템의 부하를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을지는 추정하기 어렵다.
또 본래 셀트리온 임상2상의 주요 1차 유효성 지표 중 하나는 바이러스의 음전율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으며, 몇 개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러스 음전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서 식약처와 논의 중이라는 답변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한 답변이다. 임상시험을 디자인할 때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에 대한 정의(definition) 없이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상시험을 마치고, 이 지표에 대한 정의를 다시 의논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릴리의 항체치료제의 경우 바이러스 음전율에는 영향이 없었으나 이로 인해 효과가 저평가되지는 않았다. 요즘은 약물의 효과를 전체적으로(comprehensively)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비록 일부 1차 유효성 지표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개발에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결과 그 자체를 정직하게 소통하면 된다.
정리하면 셀트리온 항체치료제는 릴리,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와 유사하게, 중등증 코로나 환자에서 중증으로 가는 비율을 줄이는데 일부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 아쉬운 점은 전체적인 임상디자인이 미국 등의 실정에 맞게 계획된 점이다. 이 3가지 항체치료제 임상2상은 디자인이 모두 입원하지 않고 산소 치료를 받지 않는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는 미국 등에서는 코로나 확진자를 동네 의원에서도 진료하고 있기 때문에 외래 베이스의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진료현실에도 불구하고 미국 FDA는 항체치료제를 2상 결과에 기초해서 허가하지 않았다(조건부 허가도 하지 않음). 긴급사용승인만 했다. 이는 2상 결과가 조건부 허가를 할 만큼 현저하지 않으며, 정식 허가를 위해서는 3상 결과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폐렴이 있는 50세 이상의 중등증 코로나 환자는 거의 모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 3,000여명의 코로나 환자 치료 데이터에 따르면 50세 이상에서는 13.2%가 산소치료 혹은 인공호흡치료가 필요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진료 현실에서 50세 이상 폐렴을 동반한 코로나 확진자는 외래 치료를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이 임상시험의 결과를 그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입원해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추정하기 어렵다. 입원 및 산소 치료에 의문의 1패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항체치료제의 허가에 있어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세계 최초로 승인 또는 허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식약처는 raw data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이 부분은 식약처의 능력에 별로 신뢰가 안간다. 차라리 raw data 검증 경험이 있는 전문 CRO에 맡기길 바란다). 또 타 항체치료제와 유사한 정도이지, 조건부 허가를 할 만큼 현저한 치료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조건부 허가보다는 미국 FDA의 긴급사용승인과 유사한 제도를 활용해 승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대로 임상시험의 적응증이 우리나라의 진료현실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항체치료제의 특성 및 우리나라의 진료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적응증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 집단감염시 상급병원의 과부하로 이송이 어려운 경우 초기 대응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항체치료제는 코로나 항체 음성인 경우 더 효과가 높으므로(리제네론 항체치료제 데이터), 코로나 확진 초기 항체 음성인 경우 치료제를 적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약물 사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의 결과가 드라마틱하게 나오지 않은 것은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이는 셀트리온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바이러스 질환에서 항체치료제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나치게 선전을 많이 해왔다. 가끔 정부가 셀트리온의 홍보대행팀인가 싶을 정도로 회사의 발표보다 정부의 발표가 더 많았다.
만약 결과까지도 조금이라도 과장해서 해석한다면 이는 과학의 영역에까지 국뽕이 개입하는 것으로서 결코 셀트리온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기로 항체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세계적인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셀트리온은 그냥 셀트리오니즘으로 놔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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