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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정책, 가격 규제만이 답은 아니다

이윤건
발행날짜: 2021-02-01 05:45:50

이윤건 전남의대 학생(본과 2학년)
Medical Mavericks 부회장



|전남의대 본과2학년 이균건|1월 27일 보건복지부는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도부터 2030년도까지의 장기적인 국민건강의 향상을 위한 로드맵은 건강수명 연장과 건강형평성 제고라는 총괄 목표 아래에, 건강생활 실천/정신건강 관리/비감염성 질환예방관리/감염 및 환경성질환 예방관리/인구집단별 건강관리/건강친화적 환경구축의 분과로 나누어진 국민건강의 포괄적인 분야에 걸쳐져 있다. 이 중 사람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운 부분은 단연 담배 규제와 관련한 것이다.

앞으로는 담배의 정의를 기존 연초의 잎으로 제조하는 담배에서 연초 및 합성 니코틴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담배와 전자담배 기기장치로 확대하고 건강증진부담금을 WHO 평균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현재 4500원인 담뱃값을 10년에 걸쳐 WHO가 발표하는 OECD 평균 담배값인 7.36 달러(한화 약 8136원)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담뱃갑 경고그림 면적을 현행 50%에서 75%까지 확대하고 광고 없는 표준담뱃갑 도입 등 가격·비가격 규제를 함께 강화한다.

흡연은 폐암과 같은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분과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내과질환의 유발 원인이 되기에, 일차예방의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금연을 장려할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한 흡연량 감소는 저소득층에서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높은 우리나라 현 상황상 가장 효과적인 규제책일 것이다. 가격규제의 효과는 담배 가격을 80%인상함으로써 반출량이 15.5% 떨어졌던 2015년에 잘 나타났다. 정말로 쉽고, 효과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흡연율을 낮추는 방법은 개개인의 금연을 장려하는 방법과 흡연 자체를 규제하는 방법의 두 가지 방향의 정책으로 나뉠 수 있다. 이는 흡연율 감소를 위한 당근과 채찍에 비유할 수 있다. 위에 언급된 계획들은 아무래도 흡연을 규제하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흡연을 규제하는 것이 결과론적으로는 효과적인 정책일 수 있으나, 이것에도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담뱃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금연을 하지 못하는 저소득자도 분명히 존재하며, 이들의 담뱃세 부담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담뱃세는 직접세가 아닌 간접세이기 때문에 금연을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고소득자에 비해 저소득자에게 담뱃세 인상은 크나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저소득층의 흡연량 감소에 기여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세율 인상을 넘어, 이들에 대한 금연사업 집중 등의 방법 또한 필요하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담배규제 정책이 남성흡연율 감소에는 기여하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 흡연율은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 5차 계획의 목표에는 건강수명 연장뿐만 아니라 건강형평성의 제고 또한 있기 때문에, 단순한 규제정책을 넘어 저소득자와 여성 등을 고려한 대책 또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과의 형평성뿐만 아니라 그 과정의 형평성 또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이전 정책들의 부작용 또한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 9조에 의해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이외에도 추가로 지정된 금연구역까지 더해져 서울시에만 28만개가 넘는 금연구역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에 비해 흡연 구역은 1만개도 되지 않는다. 이는 국민건강증진법상 금연구역 지정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흡연구역 지정은 의무가 아닌 가이드라인 정도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연구역은 흡연자들이 무분별한 장소에서 흡연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금연구역만 수두룩한 상황에서는, 풍선 효과 때문에 밀려나온 흡연자들로 인해 실효성 있는 금연구역 운영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계획에서는 단계적으로 모든 공중이용시설 실내에서 흡연금지까지 추진한다고 한다.

담배 자체를 판매금지 함으로써 흡연율을 0%로 만들 것이 아니라면,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흡연자들의 흡연권을 보장하는 것이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으며, 흡연자에 비해 비흡연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기에 흡연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이 나오게 된 배경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함께 사용해서 흡연자들이 본인 의지로 금연에 나서게끔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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