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내년 8월말 유예 불구 남해병원 화재사건 계기 설치 독려 인센티브 전무한 탁상행정 "공사 중 감염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나"
소방당국이 병원급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비 조기 설치를 촉구해 병원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8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소방청은 최근 의료단체에 '병원급 의료기관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소급 신속 추진 안내, 독력 협조' 공문을 통해 "병원급 화재 안전성 확보를 위해 스프링클러 및 자동화재속보설비를 빠른 시일 내 설치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2019년 8월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 시행으로 병원급은 소방시설을 2022년 8월 31일까지 소급 설치하도록 유예한 상태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병원급 소급 대상은 2411개소이며 이중 스프링클러와 자동화재속보설비를 설치한 곳은 463개소(19%)에 불과하다.
내년 8월말까지 유예된 상황에서 소방시설 설치를 독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방청은 지난 1일 발생한 경남 남해병원 화재 사건을 근거로 삼았다.
남해병원은 자동화재속보설치 등 소방시설 설치로 원활한 인명대피 등 화재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게 소방청 입장이다.
자동화재속보설비란 자동화재 탐지설비로부터 화재신호를 받아 통신망을 통해 음성 등의 방법으로 소방서에 자동적으로 화재발생과 위치를 신속하게 통보해주는 장치를 의미한다.
소방청 측은 "화재발생을 신속하게 소방서로 신고될 수 있도록 자동화재속보설비를 먼저 소급 설치해 달라"고 당부했다.
병원들은 소방당국의 독촉 공문에 ‘어의가 없다’는 반응이다.
수도권 중소병원 원장은 "코로나19에 따른 환자 감소로 경영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지원책 없이 소방시설을 조기 설치하라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면서 "재정적 부담과 함께 공사 과정 중 감염 발생 우려로 병원들이 선 듯 나서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호남 지역 종합병원 이사장은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은 병원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수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재정부처와 소방당국은 병원이 돈을 쌓아 놓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지원책은 없고 규제만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방청은 병원 화재 발생에 대비한 협조 공문이라고 해명했다.
소방분석제도과 관계자는 "남해병원 화재사건을 통해 소방시설 중요성이 확인됐다. 내년 8월말까지 병원급 설치 기간이 유예됐으나 되도록 빠른 시일 내 설치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화재속보설비만 설치해도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병원 입장에선 인센티브"라며 "자동화재속보설비 장치는 병원 당 1개만 설치하면 된다. 장비 비용은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병원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조만간 소방청 협조 공문을 회원 병원에 공지하면서 스프링클러와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 현황과 함께 방역 단계에서 병원 내 공사의 어려움 등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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