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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범죄와 면허취소와 관련한 개정안에 대한 소고

오승준 변호사
발행날짜: 2021-03-02 05:45:50

오승준 변호사(LK파트너스)

오승준 변호사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사소한 의료관계 법령 위반으로 인해 보건소 소명에서 시작된 일이 보건복지부의 영업 정지 처분, 검찰 고발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의뢰인은 이 사건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지, 혹시나 형사처벌 전과가 생기게 되면 의사 면허 자격정지나 취소 처분까지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법 하에서는 형사처벌로 인하여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형사처벌로 인해 의사 면허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특정 범죄에 관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것”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의사들이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경험하는 흔한 케이스들이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의료법8조, 의료법65조
의료법 제8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
1.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제1호에 따른 정신질환자. 다만,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2. 마약ㆍ대마ㆍ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3. 피성년후견인ㆍ피한정후견인
4. 이 법 또는 형법 제233조, 제234조, 제269조, 제270조, 제317조제1항 및 제347조(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말함),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지역보건법,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 조치법,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혈액관리법,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약사법, 모자보건법,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제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

먼저, 의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불가피한 형사처벌 사유들, 예를 들어 수술 중의 과실로 인하여 환자가 사망하는 등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 또는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는 위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나열되어 있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의사가 업무를 수행하던 중의 잘못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집행유예의 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면허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음으로, 정말 죄질이 좋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료법 또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위반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초범에 벌금형을 넘어 금고 이상의 형까지 선고받기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쉽게 위반할 수 있는 보건의료관계 법령은 진료기록부 작성, 진단서 및 처방전 교부, 의료광고, 환자 유인 및 알선, 리베이트 등에 관한 것들인데 대부분 초범일 경우 양형은 벌금 정도에 그치고 있다. 반복적으로 같은 법을 위반할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한 번 경찰 조사를 받고 벌금형 처벌까지 받은 사람이 같은 범죄를 범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이러한 연유로 의사가 의료기관 운영 중에 사건에 휘말리더라도, 관계 법령에 따라 면허가 일정기간 정지될 수는 있을지언정,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따라 의사 자격 결격자가 되어 면허가 취소되는 경우는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법률 개정안

한편,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일명 '의사면허 취소법') 법안이 지난 2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본 것과 같이 쉽게 취소되지 않던 의사 면허가 보다 쉽게 박탈될 수 있도록 몇 가지 요건을 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
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다(범죄의 종류를 불문).
② 미성년자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그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며, 영구적으로 면허 재교부를 금지한다.
③ 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하지 아니하도록 한다.


개정안이 지적하는 주된 개정 이유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역의 예와 비교하면 자격 취소에 관한 규정이 관대하므로, 다른 전문직역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변호사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위반 법령의 종류를 묻지 않고 변호사법에 따라 일정 기간 자격을 정지시키게 된다. 파산 선고를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변호사 업무와 관계없이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사기죄 등으로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거나,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으로 처벌을 받으면 변호사 자격이 정지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자기가 근무하던 법무법인 등에서 사무장으로 일하곤 한다.

많은 의사들이 우려하는 점이 바로 이런 부분일 것이다. 의료관계 법령과 관계없는 일반적인 범죄로 처벌을 받을 경우까지 면허를 박탈한다면, 이는 사실 국가의 녹을 받는 공무원에 준하는 수준의 도덕적 완결성을 요구하는 것인데, 과연 전문 자격사라고 해서 그 정도로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의료인들이 희생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굳이 왜 이런 개정을 추진해야 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야간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길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역과한 의사가 과실치사(상)죄로 금고형을 선고 받게 되면 의사 면허가 박탈되고, 집행유예 기간 및 그 후 2년 동안 의사 면허를 재취득할 수 없다면 헌법이 보장한 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반대로, 의사가 아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점은, 오히려 의료사고로 인해 처벌을 받은 경우에 더 큰 제재를 가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로 의료사고를 범한 의사와, 야간에 운전 실수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를 비교하면 당연히 전자를 제재하고 후자는 의료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마땅한데, 두 경우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결국,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입법된 법은 그것이 악법이라도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고,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헌법재판 등으로 인해 법령이 위헌 결정이라도 받으면 또 다시 많은 혼란이 올 것이다. 더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신중한 입법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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