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이 있음에도 자각을 못한 채 다른 원인을 잘못 생각하는 등 아직 인식이 떨어진다. 환자들이 일반약으로 버티는 경우도 많은데 약물과용두통이 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정확한 치료가 중요하다."
뇌에 통증유발 물질 분비를 통해 발병하는 편두통은 질환 자체는 환자들에게 익숙하지만 본인이 가진 두통이 편두통일수 있다는 생각으로는 연결 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신경과 일선에서 환자를 보고 있는 영등포대림성모병원 신경과 김경우 과장을 만나 편두통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편두통과 일반두통의 가장 큰 차이는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두통이 반복된다는 점. 이런 두통이 한 달에 15일 이상 찾아온다면 편두통을 의심한다.
또한 편두통이란 이름 때문에 한쪽만 아픈 두통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편두통에서 한쪽 머리만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의 비율은 60% 정도로 편두통 발생 시 중등도 혹은 더 극심한 두통 증상을 보인다.
특히, 편두통과 일반 두통을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메스꺼움인데 일반적인 두통은 메스꺼움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과장은 "편두통은 환자 10명 중 8~9명이 두통과 함께 메스꺼움을 호소한다"며 "편두통 환자가 곧바로 신경과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지만, 소화기내과를 먼저 찾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편두통과 관련된 정확한 국내 유병률 통계는 아직 없는 상황.
미국 조사기준 편두통 유병률은 여성에서 15~20% 정도로 국내에선 이보다는 적은 10~15%가 편두통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한국 모두 남성 유병률은 그 절반 정도다.
하지만 실제 유병률보다도 본인이 편두통인 것을 알지 못하는 환자도 많다는 게 김 과장의 설명이다.
김 과장은 "여성인구 중 20~50대를 추려서 그 중 10% 내외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현재 보험데이터상 환자수와 비교했을 때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며 "만성적으로 편두통을 앓다보니, 다른 사람도 비슷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두통은 병원에 내원하는 자각증상 중 1~2위를 차지하지만 본인이 편두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며 "그냥 심한 두통으로 생각하는 환자가 대부분으로. 약국에서 두통약을 구입해서 먹었는데도 낫지 않으니 병원을 방문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두통학회의 편두통 진단기준을 보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아픈지(심도)를 따져 한 달에 15일 이상의 두통이 3개월 넘게 지속되면 만성편두통으로, 그 이하는 삽화편두통으로 진단한다.
이렇게 편두통을 만성과 삽화로 나누게 되면 그 이후에는 급성기 치료와 예방치료로 나눠 치료제를 다르게 사용한다.
김 과장은 "급성기 치료에는 보통 국내에 들어온 5종의 트립탄 계열을 특성에 따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일반적인 두통약도 사용하지만 그때그때의 증상만 덜어주는 편이기 때문에 과용의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오히려 난치성 두통으로 악화 될 수 있다는 지적. 특히, 일부 두통복합제의 경우엔 카페인을 포함해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중독 가능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그는 "처음엔 한 알만 먹어도 괜찮던 게 나중엔 두세 알 먹어도 낫질 않는다"며 "이런 이유로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단순치료제는 한 달에 15일 이상, 트립탄 계열의 편두통약은 10일 이상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두통 치료제 CGRP 억제제 주목 급여 허들은 아직"
최근 편두통과 관련돼 주목받는 예방치료제는 CGRP 통중유발 물질을 타깃하는 약물. 기존의 약물이 통증유발 물질을 전반적으로 억제했다면 CGRP만 타겟팅해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김 과장은 "한국에선 엠겔러티라는 이름의 약물이 출시된 상태로 표적치료를 할수록 치료가 쉽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들의 기대가 크다"며 "보툴리눔톡신도 예방에 쓰였지만 만성편두통으로 적응증이 한정돼. 삽화성 편두통엔 사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예방약이 매일 복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면, 엠겔러티는 한 달에 한 번 주사만으로 편두통이 예방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는 평가.
다만 아직 보험급여 허들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활용도는 떨어진다는 지적. 급여권으로 치료제가 들어온다면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CGRP 억제제는 편두통 치료에 있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가격은 여전히 문제"라며 "급여 적용을 받게 되면 거의 모든 편두통 환자가 사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과장은 만성 편두통 환자라고 무조건 예방약물을 평생 맞아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CGRP 억제제는 무조건 계속 맞는 것이 아니라 증상에 따라 적절히 조절할 수 잇을 것으로 본다"며 "약물치료 외에도 운동과 유발원인 차단 그리고 약물과용두통을 겪는 환자라면 교량요법이라는 일종의 종독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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