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병원 내 텃밭정리를 하고 있는데, 마을 이장님이 지나가다 오늘 꺽은 고사리라고 툭 내려놓으신다. 사실 제주도는 지금 고사리가 한창이다. 고마운 마음에 차라도 한잔 드리고 싶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서로 덕담으로 인사한다.
가시는 길에 “요양원 언제 할 꺼”라고 물으신다. “조만간 하겠죠”라고 인사는 했지만, 생각이 또 복잡해진다.
10여 년 전 ‘의료복지’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막연한 꿈과 부푼 기대를 안고, IT사업에 초점이 마쳐졌던 내가 패기만 앞세워 현재의 본원을 세웠다. 그 옆에는 한림병원(지금의 신관) 운영되고 있었다. IT인프라를 통해 혁신적인 의료서비스 모델을 구현하고자 하였으나, 아직 햇병아리인 나에게 의료시장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요양병원 개원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한림병원이 망했고, 그 옆에 있다는 이유로 개원한지 몇 개월 되지 않는 나의 요양병원이 망했다는 소문이 제주지역에 파다하게 퍼졌다. 이러한 소문의 확산은 제주사회의 문화가 한 몫 했다. 아무리 아니라 해도 내말이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요양병원 근무인력들은 사직을 했고, 제주도내에서는 의료인력 등을 구인할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자구책으로 육지 구인시장에 구인광고 냈고, 제주의 자연환경을 내세우며 기숙사 제공 등의 조건을 내걸고, 육지 의료인력을 구인, 차차 안정을 찾아 갔다. 꿋꿋하게 버터 작년에 그 한림병원 터를 인수하고, 요양병원의 신관을 개원하였다.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신관을 증축할 때 코로나19가 한창 심했던 터라 감염예방을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모든 병실을 5인실 이내로 하고, 병실과 복도의 환기나 채광, 조명에 중점을 두고 공사를 하였다.
주위에서 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었지만, 막상 해놓고 보니 환자나 환자가족, 직원모두가 만족해했다. 특히 요즘처럼 대면 면회가 안 되는 시기에 영상통화를 하거나 비접촉면회를 할 때 넓고 밝은 모습에 다들 좋아라 하신다.
지금 나는 ‘요양원’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보건복지 관련 선배들은 ‘병원을 늘려 야지 왠 요양원’이냐고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10년간 병원의 성장을 봐왔기에 병원 옆에 번듯한 요양원을 원하신다. 물론 근처에 없어서 그런 것도 있다.
정부의 정책에서도 알 수 있듯 노인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가정이나 지역에서 감당 안 되는 부분은 의료기관에서 해결하고, 이후 지역(시설)이나 가정으로 복귀라 생각하기에, 지역과 상생의 방법을 찾고자 오늘도 발품을 팔아본다.
오랜 경영을 하다 보면 그러하겠지만, 나에게도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큰 시련이 있었다. 그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지역사회와 병원 식구들이었다.
물론 경제적 수익이 안정되어야 이런 그림도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요양재활이나 지역투석 연계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여, 우리보다 더 나은 의료기관 들과의 교류를 통해 정보도 얻고 배우고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지역과 더불어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지역의 중심체가 되어 공생공존하며, 내가 꿈꾸고 있는 의료복합체에 한발 더 다가서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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