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진단 후 3개월 만에 상태 악화로 사망에 유족 측 소송 "연명의료 중단 결정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 단정할 수 없다"
췌장암 진단 약 3개월 만에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고령 환자가 있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고 있는 환자에 대해 담당의사는 '임종과정'에 있다고 보고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했다. 물론 연명의료결정법에 있는 절차를 따랐다. 그렇게 환자는 응급실에 실려온 지 18일 만에 사망했다.
유족은 문제를 제기 했다. 환자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데 연명의료법을 적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적법한 절차였다는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민사7단독(판사 정종륜)은 췌장암으로 사망에 이른 환자 K씨의 유족이 경기도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유족 측은 형사 소송도 제기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났다.
병원 측 변호를 맡은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 과정에서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쳤다면 환자가 사망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며 판결의 의의를 찾았다.
그는 "환자 증상이 다소 완화되는 소견을 보이더라도 활력징후나 검사 소견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했다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을 위한 요건이 충족함을 법원이 인정했다"라고 평가했다.
췌장암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황은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자 K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없이 식이요법 및 자연요법을 하기로 했다.
암 진단 3개월 후 K씨는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 급성신부전 등으로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항생제를 투여하며 혈액투석을 받았다.
일주일 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던 K씨의 폐렴 증상은 항생제 투여로 호전이 됐다. 하지만 의식은 반혼수 상태로 지속적인 혈액투석에도 급성신부전 및 대사성산증은 좋아지지 않았다.
다시 약 일주일여가 지났다. K씨의 증상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다 증상이 악화됐다. 혈색소(Hb) 수치가 정상 범위에 못 미치는 7.7mg/dl까지 감소하고 혈변 및 혈뇨 증상이 나타났다. 임종 직전 환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안구 편위 증상도 확인됐다.
K씨를 담당하던 감염내과 의사는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K씨를 '임종과정에 있다'고 보고 관련 서류를 작성한 후 K씨의 자녀에게 확인서도 받았다. 이후 의료진은 K씨의 연명의료를 중단했고, 이틀 후 K씨는 췌장암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의료진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데 작용한 법 조항은 연명의료결정법 16조로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담고 있다.
유족 측은 "감염내과 의사는 신장내과 협진이나 진단 없이 말기 암 환자로서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K씨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했다"라며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의료진의 판단이 적법했다고 본 것.
재판부는 "K씨의 전신상태, 전반적인 치료 내용 및 경과 등에 비춰 연명의료 중단 결정 당시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의료진은 K씨 가족 2명 이상에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에 관한 환자 의사를 확인하는 등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또 "K씨 상태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환자 활력징후나 검사 소견이 불안정했다"라며 "진료기록 감정의도 K씨 생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담당의사가 K씨 가족에게 연명치료에 관해 설명하고 의견을 나눴다는 사정만으로 진료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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