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서 내년도 의료기관의 한해 살림살이를 책임질 수가 인상률이 나왔다. 전 유형 완전 타결은 물건너간 가운데 의원이 웃었고, 병원이 고배를 마셨다.
건강보험공단은 병원과 의원, 약국·한방·치과‧조산원 등 6개 유형 공급자 수가협상단과 지난달 31일부터 막판 협상에 돌입해 1일 아침까지 릴레이 수가협상을 벌였다.
추가재정 결정 권한을 쥔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도 1일 자정 넘어서까지 건보공단 협상단의 지근거리에서 상황과 판세를 보고 받았다.
이후 새벽 5시경 윤석준 위원장을 포함한 재정소위 참석자가 자리를 뜨면서 건보공단과 공급자 단체 협상단의 최종 협상이 10분 단위로 이어졌다. 릴레이 협상 끝에 새벽 6시 30분에 이르러서야 협상 타결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내년도 평균 수가 인상률은 2.09%로 총 1조66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022년도 유형별 인상률 및 추가 소요재정(단위: %, 억원)
그 결과 의원 3%, 약국 3.6%, 한방 3.1% 등으로 합의했다.
의원 유형을 대표해 수가협상에 나선 대한개원의협의회 수가협상단은 6개 유형 중 가장 먼저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본격 시작되면서 일선 개원가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상률은 3%로 지난 3년 연속 협상 결렬에다 2%대에 머물렀던 인상률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수치다.
수가협상장에는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을 비롯해 이정근 상근부회장도 자리해 협상단과 함께 밤을 새며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병원·치과, 오전 8시 넘어서까지 릴레이 협상 했지만 결렬
반면, 병원과 치과는 각각 1.3%, 2.1%의 인상률을 제시받고 오전 8시가 넘어서까지 릴레이 협상을 거듭한 끝에 최종 거절했다.
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헌신하고 정부의 보장성 강화 주요 파트너라는 점에서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의원 등 타 유형에 추가 재정을 보다 많이 배분하면서 병원 몫이 적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병원협회 수가협상단. 병협은 6개 유형 중 가장 마지막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협상에서 보장받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보상심리까지 작용하면서 건보공단이 끝까지 제시한 1.3%의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치협 역시 어느 유형보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적극 협조했지만 이는 실질적 진료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수가협상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협상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건보공단은 수가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추가 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병원과 의원 중 의원의 편에서 협상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병협 수가협상단을 이끈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건보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은 합리적으로 판단한 선에서도 한참 못미쳐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충분한 보상이 가지 못한 상황이 죄송하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수가협상 결렬이) 병원 사기를 떨어뜨려 대국민 의료서비스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스럽다"라며 "급여비 증가가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일시적 증가를 덜어내지 못한 것으로 이는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부회장도 "격차가 너무 커서 최종 결렬을 선택했다"라며 "수가 계약 과정에 제도가 끼어들면 안된다"라고 일침했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가 수가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편, 올해 수가협상에 처음 임한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전유형 타결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보험자로서 협상을 통해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 합리적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전유형 합의를 이루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라며 "초보 협상단장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가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환산지수 관련 여러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포함, 중장기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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