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기행각에 법원 6년 선고...대여자는 집행유예 자금 조달 능력 안되자 가짜 환자 유치·입원에 집중
"한 달 안에 병상을 채울 수 있도록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마세요."
이는 의사가 한 말이 아니다. 의사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설한 불법 사무장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에게 한 독촉이다.
이 불법 사무장은 신용불량자로서 이미 '사기죄'로 여러 번 처벌 받은 전과가 있었다. 불법 사무장병원 설립 당시에도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병원 인테리어 공사 업체와 의약품 납품 업체를 상대로 '사기'를 치고 불법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이 사무장에 대해 법원은 징역 6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며 최종 확정됐다. 그에게 면허를 빌려준 의사는 총 2명인데 각각 징역 1년 6개월, 1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다.
현재 나이 50대 후반인 J씨의 불법 사무장병원 사기 행각은 약 10년 전인 2010년에 벌어졌다.
J씨는 부산 해운대구 C빌딩 5~8층을 임대해 C병원을 설립했다. 당초 사단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려고 했지만 사단법인 대표와의 불화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그러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S씨의 명의를 빌려 병원 개설 신고를 했다. 걸림돌은 S씨도 신용불량자였던 것. J씨는 병원 수익금이 압류될까 봐 S씨에게 다른 의사를 찾아봐 달라고 했고 S씨는 같은 의대 후배 J씨를 연결시켜줬다. J원장은 면허를 빌려주는 대신 월 1200만원을 받기로 했다.
문제는 불법 사무장 J씨의 자금조달 능력이었다. 그는 신용불량자 입장으로 병원 인테리어 공사 업체와 16억여원에 달하는 계약을 했고, 약품 납품 업체와도 병원 개원 4개월 후에 대금을 지급하겠다며 납품 계약을 맺었다.
당장에 인테리어 업체에 지급할 돈이 없자 J씨는 직원들에게 "한 달 안에 병상 채우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환자를 유치하라"고 독촉했다.
이에 임직원은 가짜 환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사무국장과 원무과 행정차장이 입원할 가짜 환자를 유치했다. 사무국장은 입원 상담 단계에서부터 환자의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병명이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사무국장은 환자가 입원을 원하면 상담기록지에 '입원 요'라고 쓰고 진단명, 입원 기간 등을 미리 기재했다. 통원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도 자유롭게 외출, 외박을 할 수 있다면서 입원치료를 권유했다. 증상이 가벼워 입원을 원하지 않는 환자도 임의로 입원 처리했다.
허위 입원환자는 형식적인 입원 절차를 마치고 자유롭게 외출, 외박을 했다고 퇴원일에 병원으로 와서 입원비를 지불한 후 가입한 보험 개수만큼 입퇴원확인서와 진단서, 진료비영수증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아 갔다.
의사들은 허위 환자 상담 기록지를 보고 전산 진료기록부에 1주일 분의 처방을 내렸고, 간호사는 이를 참조해 간호기록지와 투약 기록지에 주사, 물리치료, 약 지급 등을 치료 한 것처럼 일괄 작성했다. 물리치료사도 하루에 두 번씩 물리치료를 한 것처럼 물리치료대장을 허위로 썼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가벼운 상해를 입고도 입원을 원하거나 입원일수를 채우기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았다. 병원 설립을 주도한 J씨를 비롯해 간호부장 등 일부 직원도 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챙겼다.
J씨는 매일같이 병원에 출근해 허위환자 유치 보고를 받고 매일 업무 보고서를 통해 환자 입퇴원 현황 등을 확인했다. 직원 회의에서는 환자 유치로 인한 불미스러운 소식을 외부로 누설하지 말라고 입단속했다. 건보공단 단속 후에는 "당분간은 법의 테두리에 맞춰서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J씨의 불법 사무장병원 운영은 1년도 가지못했다. 2010년 3월 S원장 이름으로 C병원 개설 신고를 했고, 4월 J원장 이름으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다시 했다. 7월에는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 지급을 중단했고 이듬해 2월 폐업했다.
그 사이 C병원은 184명의 가짜 환자를 유치했고 요양급여비 1억8860만원을 거짓 청구했다. 191명의 가짜 환자들이 보험금을 타갈 수 있도록 방조했으며 그 액수만도 3억4271만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J씨는 인테리어 업체에 공사대금 16억6400만원 중 15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의약품 값 5억여원도 내지 않았다. 폐업하기 전까지 21개 약품 공급업체에게 15억원이 넘는 약을 받고도 그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
법원은 "병원 인테리어 공사대금의 조달방법과 지급과정, J씨의 채무 및 신용상태, 언동 등을 종합하면 처음부터 자기 자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체계적인 사업계획이나 자금조달 계획 없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라며 "변제할 의사나 능력도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또 "J씨는 의사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후로도 계속해서 C병원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지위에 있었고 이는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의료기관 개설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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