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디비딥심평원 데이터 분석…전체 원외처방의 0.3% 수준 의료계 일각에선 "제도화 가능성 열렸다…의료계 주도해야"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한시적으로 도입된 '비대면 진료'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미미한 수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원외처방 건수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
의료계는 '대면진료' 원칙을 주장하며 비대면 진료 자체에 반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제도 도입 가능성 자체가 열린 만큼 변화의 기류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활용해 비대면 진료 도입 후 원외처방 변화를 분석해 봤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지난해 2월 24일부터 본격 이뤄졌다. 전화 한 통으로도 약을 처방 받을 수 있게 된 것. 대신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지난해 2월 24일부터 올해 4월까지 원외처방은 총 4억9187만건에 달하는데 이 중 비대면 진료에 따른 원외처방은 145만4000건이었다. 이는 전체 처방 건수의 0.3%에 불과한 수치다.
종별로 나눠봤을 때도 이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백신접종이 본격화된 올해는 비대면 진료 처방량이 더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기준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원외처방량은 의원급이 2억8633만건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의원을 비롯해 치과의원,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의료원이 포함된 수치로 기관당 처방 건수는 약 8개월 동안 5409건에 그쳤다.
반대로 원외처방이 가장 적은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으로 1397만건이었는데 기관당 처방 건수는 33만2731건으로 다른 의료기관 보다 많았다.
비대면 진료 원외처방 건수 역시 절대적인 숫자는 의원급이 69만3000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기관당 처방 건수로 따져보면 상급종합병원의 비대면 진료 원외처방 건수가 248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원급 한 곳당 비대면 진료 원외처방 건수는 8개월 내내 13건에 불과하다.
종별 전체 처방 건수에서 비대면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미미했다. 지난해 2월 24일부터 12월까지 상급종병 비대면 처방 건수는 10만5000건으로 전체의 0.7%에 불과했다. 그 비중마저도 올해 들어서는 0.3% 수준에 그쳤다. 583만건의 처방 중 비대면 처방은 1만9000건에 머물렀다.
종합병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원외처방 명세서 건수가 2772만건이었는데 이 중 비대면 처방 건수는 16만건으로 0.6%를 차지했다. 올해 4월까지는 1047만건 중 2만4000건의 처방이 이뤄졌는데 그 비중은 0.2%로 감소했다.
그에 비하면 의원급은 비대면 처방 건수 비중이 소폭 늘었다. 지난해 의원급 전체 원외처방 건수는 2억8633만건으로 비대면 처방 건수 비중은 0.2% 수준이 69만3000건이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통계를 보면 전체 원외처방 명세서 건수 1억817만건 중 비대면 처방은 38만1000건으로 그 비중은 0.4%였다.
의료계 "전향적 논의하자" 변화의 목소리 낸다
이 같은 수치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분위기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최근 서울시의사회 산하 원격의료연구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개원의 87%가 원격의료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지만 63%가 반대한다는 모순적인 결과에서도 의료계의 혼란을 읽을 수 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한시적'이라는 단서는 달렸지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제도화의 가능성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의사 중심의 학술단체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으며 개원가도 관련 연구회를 만드는 움직임을 보면 전향적인 논의를 하기 위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1차 의료기관 중심의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법률 개정안도 등장했다.
이미 변화가 시작된 만큼 의료계 역시 의료계 주도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조건 반대'를 외쳤던 일선 개원가에서도 생각의 전환은 일어나고 있는 것.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대응 TF를 구성하고 비대면 진료 허용 분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의사회는 자체적으로 원격의료연구회를 만들어 개원가 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원격의료연구회를 구성해 전향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의사회 학술대회에서는 원격 모니터링,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제로 한 특강을 열기도 했다.
원격의료연구회 이세라 상임연구원은 메타포커스에 출연해 "정부는 정부대로 이끌고 통제하기 위해, 산업계는 경제적 목적만을 위해, 의사는 의사가 갖고 있는 정치성과 가치를 유지하면서 가려는 제각각의 목표가 있다"라며 "정부와 산업계,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료 산업화 보다는 보건의료 정책 차원에서 추진하고 의료사각지대 해소, 1차 의료기관 중심 등을 전제로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들도 나오고 있다.
충남의사회 박보연 회장은 "정치권에서는 이미 진도가 많이 나가 있는데 대비책 논의조차 금기시하면 안 된다"라며 "피할 수 없는 미래를 현명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거대 자본의 의료 영리화를 방지하면서 IT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원격의료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사각지대 환자에 국한해 지역 단골 1차 의료기관으로의 비대면 진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라며 "장비는 국가가 보조해야 하고,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 발생시에도 국가에서 지원토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지역의사회장도 "의사의 책임 범위, 수가 등을 고려해 질환별, 지역별, 진료 기간 등을 세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며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이라도 해볼 수 있도록 대안을 적극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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