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CDO 세제 혜택 개정안 전체 회의 상정조차 불발 바이오 업계 등 필요성 지속 강조…내년 추가 논의 기대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 즉 CD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와 관련된 조세 혜택이 결국 불발되면서 바이오 기업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첨단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세제 혜택이 필수적이라며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국회 전체 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삼키고 있는 것.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탁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 공제 신설' 개정안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개정안은 연구개발비 세제 지원 범위를 신성장·원천 기술에 대한 수탁(CDMO)까지 확대해 바이오의약품 기업의 생산 비용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바이오 기업들은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에 따라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일반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등으로 구분해 높은 공제율을 적용받고 있던 상황.
하지만 연구개발 부분의 정의에 위탁 받아 수행하는 연구 활동이 제외돼 있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나 수탁개발기관(CDO) 등의 기업은 해당 조항에 따른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바이오 기업들은 총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꾸준히 목소리를 냈던 상황이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각국은 다양한 형태로 수탁연구 개발기업에 대해서 조세 지원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의해 원천적으로 수탁연구 개발기업에 대한 조세 지원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윤호열 전무는 "CDO, CRO 기업을 정당한 비즈니스로 용인하지 않으면 국내 바이오 기업의 성장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세제 지원은 기업들의 경영 안정화의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바이오텍과의 협력, 투자에 대한 여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첨단 바이오 의약품 출시로 글로벌 바이오약품 CDMO 시장은 2020년 113억 달러에서 2026년 203억 달러로 늘어나며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첨단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은 2019년 15억2000만달러에서 2026년 101억1000만달러로 연 평균 31%의 고속성장이 예상되는 상황. 결국 CDMO 시장이 꾸준히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세제 혜택을 서둘러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법안을 발의한 정일영 의원은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에 대해서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경계를 두지 말고 역할 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도 OECD 국가 37개국 중 11개국이 수탁연구 개발기업에 조세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지적에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문제는 R&D를 주도하고 실패 위험 부담을 책임지는 주체가 위탁기관이라는 점이다. 자칫하면 이중 공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의 지적.
기획재정부 배정훈 조세특례제도과장은 "위수탁 관계에서 연구를 시작하는 곳도 위탁기관이고 책임지는 것도 위탁기관"이라면서 "이로 인해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둘 다 세액을 공제받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세금상의 문제가 아닌 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바이오업계 방안 찾기 고심…정책지원 대안 될까
결론적으로 이번 논의에서도 이중 공제라는 허들을 넘지 못한 만큼 향후 다시 법안이 논의된다 해도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바이오업계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은 세제 지원이 아닌 정책적 자금 지원 형태.
실제 개정안에서도 바이오 의약품 수탁연구 개발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만큼 위험성이 높은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세액 공제보다는 직접적인 자금지원 형태가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 업계에서 CRO, CDO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논의가 불발된 것은 아쉽다"며 "업계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단발적인 논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의견을 전달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정안에 언급된 것처럼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세액보다 정책적 지원의 형태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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