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의약학술팀| 3D 비전, 가상현실(VR), AR(증강현실),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블록체인, 5G, NFT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이번엔 다를까? 확장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를 바라보는 시각은 양극단을 달린다.
IT 기업은 물론 현대자동차, 나이키, 구찌와 같은 제조업, 패션업체 역시 메타버스에 뛰어들면서 메타버스는 더 이상 취사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닌, 시대의 흐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SNS의 대장격인 페이스북마저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한 것도 곁으로 다가온 메타버스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제약을 포함한 산업계는 물론 의학계도 메타버스와의 접점을 찾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긍정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
무엇보다 시간, 공간이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현실 이상으로 경험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은 메타버스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매번 등장한 신기술들이 "이번엔 다르다"는 구호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이번 역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 구호에 그칠 뿐더러 생산자 위주의 수요 창출 노력이 실제 소비자의 필요 수요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과연 어떤 전망이 더 설득력이 있을까. 메타버스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는 제약업계/의료기기 업계, 학술단체 사례를 통해 활용성과 한계에 대해 점검했다.
▲메타버스와의 접점 찾기, 제약업계 선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 모든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보수적인 국내 보건‧의료 및 제약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른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제약업계에도 메타버스 도입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
코로나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여파로 과거 오프라인을 통해 진행했던 활동들을 메타버스를 활용,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제약사의 주 공략 대상인 의사를 상대로 메타버스를 도입한 비대면 영업‧마케팅 모델이다.
코로나 대유행 장기화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한 영업·마케팅 외에는 대안이 없어지자 최근 들어 제약사들은 비대면 영업‧마케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그 방법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보령제약은 온라인 플랫폼인 브릿지에 다양한 콘텐츠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된 3D 가상공간 '비알 타운'을 만들고 메타버스로 다양한 가상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의사 대상 온라인 플랫폼 브릿지 내 가상공간 비알타운에서 '건물이나 지나다니는 차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제품 정보를 볼 수 있고, 웨비나 및 웹심포지움 참석을 신청할 수 있는 등 게임적인 재미도 추가했다"며 "향후 다양한 가상체험이 가능한 메타버스 방식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프라인 형태 학술대회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학술대회 개최가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도 메타버스를 접목한 모델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디지털을 활용한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제약사 '부스'와 '세미나' 형태가 최근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업체들도 때 아닌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
관련 시스템을 선보인 아이큐비아 측은 "최근 제약사들은 효과적으로 의사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탐색하고 있다"며 "메타버스의 경우 작은 미팅에서부터 학술대회 등 대규모 행사까지 손쉽게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GC녹십자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직원 대상 비대면 사내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경우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메타버스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원내 스타트업 1호로 알려진 메디컬아이피에 60억원의 지분을 투자했는데, 해당 기업은 디지털치료제를 포함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 등 인공지능 플랫폼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제약업계에서의 메타버스 활용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로 이를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를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을 의료지식과 접목해 약물치료가 쉽지 않은 우울증, 파킨슨 등의 중추신경계질환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쓰이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진 개발단계로 상용화가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모델의 하나로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것"이라며 "감염병의 긴 터널을 지나 대면일상을 회복할 때에도 이 같은 활용이 유효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업체들의 '핫 키워드' 등극
의료산업 분야에서도 메타버스는 핫 키워드 중의 하나다. 의료계와 의학계가 메타버스와의 접목에 나서면서 산업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은 역시 메디컬아이피다.
메디컬아이피는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으로 CT와 MRI 등 의료 영상 데이터에서 해부학 구조물을 분할(Segmentation)하는 원천 기술을 통해 실제 환자의 의료 영상 데이터에 담긴 인체 정보를 가상, 증강 현실로 보여주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술을 통해 환자의 장기를 메타버스 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 인체의 모든 장기가 3차원 가상 세계로 구현되는 이유다.
실제로 이를 통해 메디컬아이피는 이미 서울대 의과대학 커리큘럼에 메타버스를 구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해당 강의는 선택 교과로 해부 신체 구조의 3D영상 소프트웨어·3D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으로 구성되며 총 4주차 과정에 메타버스를 통해 진행된다.
이를 통해 의대생들은 수술이 필요하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실제 데이터를 토대로 해부학 구조물을 직접 분할 및 추출하고 이를 가공해 웹 환경에 직접 업로드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이후 업로드 데이터를 토대로 VR, AR, 3D프린팅 콘텐츠를 제작 및 체험하고 토론함으로써 환자의 3차원 콘텐츠가 메타버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 습득하게 된다.
메디컬아이피 박상준 대표는 "현재 카데바(기증 시신)를 활용한 해부학 실습 교육은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윤리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며 "메디컬아이피의 메타버스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진단과 모의 수술 경험을 3차원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대 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실적을 기반으로 메디컬아이피는 세계 최대 영상의학회인 북미영상의학회(RSNA 2021)에서 글로벌 시장에 최초의 의료 메타버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이번 학회에서 메디컬아이피는 AI 영상 분할에 기반한 메타버스, 3D프린팅으로 실현하는 환자중심 영상의학으로의 발전(AI Image Segmentation-driven AI Innovations, the High-throughput Metaverse, and 3D Printing : Working toward the Goal of Patient-centered Radiology)에 대한 주제 발표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박상준 대표는 "메디컬아이피의 3D 모델링은 물론 가상 현실과 연계한 디지털 트윈 기술, 메타버스는 이미 의대생의 교육은 물론 의료진의 모의 수술과 수술 계획에 활용되고 있다"며 "모든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메타버스에서 구현해 개인 맞춤형 수술과 치료에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의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메타버스를 표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바야흐로 의료산업에서도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 시뮬레이션 개발 기업 뉴베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뉴베이스가 개발한 뷰라보는 응급 처치 훈련부터 개인보호구 착탈의, 신경계 사정, 재난 중증도분류, 투약 시뮬레이션 등 의료 현장에 필수적인 실습 훈련을 메타버스 안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다.
가상 공간에서 직접 디지털 환자를 치료하면서 계속해서 반복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
뷰라보는 실제로 이미 전국 의료기관, 소방서, 대학교, 보건소 등에서 5000명 이상의 의료진 시뮬레이션 교육에 활용되고 있는 상태다.
뉴베이스 박선영 대표는 "뷰라보를 활용한다면 실습 중 감염이나 의료 사고 등의 위험없이 충분한 반복 학습을 통해 중증 환자 처치에 대한 실습을 진행할 수 있다"며 "또한 일체의 의료 소모품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부분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룩시드랩스는 메타버스 내에서 인지 기능 개선 훈련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대학병원 등과 헙업하며 고도화를 진행중에 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뇌파와 심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인지 능력에 대한 시험이 가능하며 여기서 위험군으로 판정될 경우 지역내 의료기관 등과 자동으로 연계돼 위험을 방지한다.
이미 룩시드랩스는 부산대병원과 함께 부산시내 치매안심센터에서 노령 인구 100명을 대상으로 실증 작업을 끝낸 상태. 이를 기반으로 상용화 기반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 서지컬마인드도 메타버스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서지컬마인드는 가상 현실을 통해 각종 수술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기기를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
서지칼마인드 김일 대표는 "전통적인 술기 교육보다 시뮬레이터에 기반한 교육이 2.7배 이상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을 만큼 집중력 향상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메타버스와 같이 많은 인원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기 위한 핵심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기술들은 현재 교육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이제는 환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뇨병학회 첫 이정표…메타버스 학술 강연 시대올까?
산업계와 달리 아직 의학계에서의 메타버스 접목 시도는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첫 접점은 대한당뇨병학회가 마련했다. 10월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된 당뇨병학회 연례 국제학술대회(ICDM 2021)에서 메타버스 전시장을 개설한 것.
메타버스 전시장은 온라인 방식 학술대회의 단점으로 꼽힌 제약사 전시장의 일방향적인 정보 전달 체계를 개선, 가상 캐릭터를 통해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각 부스 담당자와 실시간 대화 및 채팅이 가능하도록 꾸며 참여 및 호응을 유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학술대회 개최가 어려워지자 대다수 학회는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로 활로를 개척했다. 문제는 온라인 방식이 실제 오프라인과 같은 효용을 제공하지는 못했다는 점.
문준성 당뇨병학회 학술위원회 간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학회들이 온라인 방식 학술대회를 처음 경험했다"며 "온라인 방식 학회도 제약사 부스를 만들어 제공했지만 각 업체 배너만 달아 텍스트 설명문을 제공하는 게 전부여서 당장 본인 조차 흥미를 가지고 살피게 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학술대회가 장기화되면서 후원 제약사와 참석 회원들 모두 쌍방향 소통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에 서로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메타버스 전시장을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학회가 마련한 메타버스 전시장에는 대웅제약, 동아ST, 유한, LG화학, JW중외제약 등 국내 제약사뿐 아니라 MSD,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제약사가 총 15개의 부스를 꾸렸다.
전시장에 접속하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가상의 캐릭터를 이동시켜 각 제약사 부스를 방문할 수 있고 업체 소속 캐릭터(직원)들과 음성 및 문자로 대화가 가능하게 꾸몄다. 캐릭터를 통해 맵을 탐색하는 RPG 게임을 연상하면 쉽다.
문 간사는 "메타버스의 장점은 접속한 모든 캐릭터를 자신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해 일체감을 갖게 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텍스트 위주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자의 몰입감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회 임원들이 모여 메타버스 공간에서 회의도 하고 각 임원 캐릭터들이 나서 회원들 안내도 했다"며 "특히 30~40대의 조교수, 전임의, 전공의들에서 호응이 좋았는데 메타버스 접속 인증샷 이벤트에서도 주로 젊은층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밝혔다.
당장은 메타버스 공간의 구현 및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이벤트에 그쳤지만 기술이 축적되면 학술대회 현장을 메타버스로 구현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 학회의 단점으로 꼽히는 양방향 소통과 친목의 요소가 메타버스에선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간사는 "첫 접목 시도이기 때문에 가장 단순한 형태로 메타버스를 구현했지만 특별한 기술적 문제를 발견하진 못해 자신감을 얻었다"며 "향후 기술이 고도화되고 참여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 학술대회 강연을 메타버스로 구현하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컨텐츠에 알맞는 메타버스 환경의 구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사이월드의 단순화된 미니미같은 캐릭터는 메타버스 전시장에는 어울리지만 강연 공간에서는 산만해 보일 수 있어 최적의 접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제시했다.
▲왜 메타버스인가? "존재 당위성 증명해야"
장미빛 미래를 언급하는 것과 달리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과거 실생활을 바꿀 신기술로 꼽히던 주자들이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아직도 연구 단계에 머무는 등 실제적인 수요 및 효용 증명에는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 당장 가상화폐 중심의 블록체인만 해도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파급력을 선보이지 못한 채 수 년째 잠재력만 확인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축적되는 디지털 치료제 및 원격의료의 효용성 관련 연구와 달리 학술적인 영역에서 메타버스의 활용성을 고찰한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의학계 논문 검색 사이트 펍메드(Pubmed)에 등록된 메타버스 관련 연구는 지난달 13일 등록된 '메타버스의 교육적 응용, 가능성과 한계' 한편에 그치고 있다.
연구진은 4가지 메타버스 유형의 특징, 교육적 응용 가능성, 유형에 따른 복합적 특성, 교육적 적용을 위한 잠재력과 한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앞서 메타버스를 경험한 다양한 의료진들이 언급하듯 창작과 공유를 위한 높은 자유도, 몰입감 있는 경험 부분에선 높은 점수를 줬지만, 대면 진료 대 비대면 진료와 같이 과연 메타버스를 활용했을 때의 더 나은 효용 측면에서의 비교 탐색은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3D 글래스를 활용한 영화 아바타의 전세계적인 흥행 이후 3D 비전이나 VR 시스템이 곧 임상 교육 현장을 바꿀 것으로 예견됐지만 여전히 수련 시스템은 수술방 참관과 같은 현실 기반 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다.
내분비학회 A 교수는 "늘 신기술은 '이번엔 다르다', '현실을 바꿀 기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타나지만 실제 생활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은 없었다"며 "과거에도 VR을 통한 수술방 체험과 같은 1회성 이벤트는 계속 있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메타버스가 인터넷 포털처럼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임상 실습이나 교육 현장에서 왜, 어떻게 메타버스가 더 효용이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며 "메타버스가 의료계에 뿌리를 내리려면 메타버스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그런 수요가 의료진, 의대생, 교수들로부터 나와야 하는데 아직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개념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인간의 손으로는 하기 힘든 미세 술기에 대한 수요가 로봇수술이라는 기술로 발현된 것처럼 메타버스가 아니면 안 되는 그런 수요가 있어야만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기반이 없이는 그간 소리없이 사라진 다양한 신기술처럼 메타버스도 1회성 이벤트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각 상급종합병원에서 메타버스 병원을 구축하고는 있지만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홍보 용도로 시도해보는 것으로 보인다"며 "메타버스가 임상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수술방에서 직접 체험하는 참관 대비 메타버스가 더 나은 가치와 효용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규제과학의 측면에서도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의료진-환자와의 소통 측면이 원격의료의 한 방안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이는 의료계의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손여원 FDC규제과학회 회장은 "산업계에서 메타버스 접목 시도를 하고 있지만 성공적인 상용 사례들이 더 축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기반 위에서 의료계나 의학계에서 어디까지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고 법적 테두리는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이 메타버스라고 설명할 정도로 개념이 정립된 것도 아니"라며 "지금은 메타버스가 태동하는 단계로 벌써부터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적 측면에서의 지원을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치료제를 위한 규제 방안을 최근 학술대회 주제로 올려 논의한 바 있다"며 "디지털 치료제는 이미 임상단계 및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실체이지만 메타버스는 개념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학회에서 중심 주제로 논의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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