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기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민들의 마음이 편안할 날이 없었으며 의료기관들은 여전히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대선 공약 중 공공의료 강화 및 코로나 시기에 맞게 비대면진료, 보건부 독립, 의료기관 기능에 맞는 전달체계, 필수의료 지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및 간병비 보장, 지역통합돌봄 등이 언급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선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건의료공약은 주목받지 못한 느낌이다. 후보별 세부적으로 차이는 있으나 방향성은 비슷해보인다. 누군가 이야기 했던 '앞으로 해야 할 보건의료 정책은 이미 복지부 캐비넷 안에 10년전부터 쌓여 있다. '무엇을 먼저 꺼낼 문제이지, 획기적인 새로운 정책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란 말과 비슷할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와 기대감이 있는 이 시점 의료계 입장에서 관심있게 볼 정책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코로나를 포함한 감염병 대응 정책이다.
처음 접하는 바이러스 감염병 대유행은 코로나 대유행은 대한민국 의료의 많은 것을 바꿨다. 질병관리본부를 질병청으로 승격시켰고 국립중앙의료원, 시도의료원, 보건소가 코로나 방역과 치료에 전력을 다하였고 전국의 많은 민간병원들도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하였다. 3T(test-trace-treat)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 방역은 한계에 부딪혔고, 이제 지정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서 격리, 치료 보다는 재택에서 일선 병의원의 비대면 관리와 모니터링을 통해 중증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행히도 영국 및 대부분 유럽국가들은 최근 코로나 19 방역의 점진적인 해제를 선언하고 있다. 아직 정부의 법정전염병 단계 하향조정 계획을 듣지는 못하였으나 위중증 환자가 감소되면 우리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는 국민들의 삶의 많은 것을 바꿨다. 시행착오는 있었으나 의료계와 복지부, 질병청은 긴밀하게 협의하여 정책을 만들고 현장의 혼란을 줄이려고 노력하였다고 본다. 재택관리-치료, 시도의료원과 보건소의 기능, 비대면 진료, 상병수당, 노인, 장애인 등 취약층 독거세대, 조제약 배송 등 그간 논의하기 어렵거나 단체간 반대 등으로 금기시 되었던 보건의료정책들을 고민하고 간접경험하게 되었다. 향후 이런 주제들을 어떻게 전체 의료제도와 나아갈 방향에 포함할지 생각하게 된다. 특히 질병청, 국립중앙의료원, 시도의료원, 보건소가 또 다른 대유행 감염병 시대를 위해 상시 어떤 역할을 할지도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보장성강화 정책이다.
사실 정권초기 의학적 비급여 전면급여화, 보장률 70% 목표라는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의료계와 정부는 대립하였다. 한편으로 정책수립과 홍보과정 등에 아쉬움은 있긴 하였으나, 현재까지 의료계와 복지부는 협의를 통해 급여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어떤 대통령이 되더라도 19-23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라 보장성강화정책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필수의료, 희귀난치 중증질환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국민과 의료계와 협의하며 확대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개별 행위-치료재료 등 목록단위 보장성강화 정책 이외에도 중요한 부분이 간병부담이다.
지난 정부의 4대중증, 3대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급여화 정책은 많은 부분 국민부담을 경감시켰다. 하지만 간병비 급여화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범사업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당초 목표했던 10만병상을 채우지 못하였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간병에 대한 부담은 여전해 보인다. 더구나 2025년 초고령사회와 현 정권에서 관심을 가진 커뮤니티케어까지 고려한다면, 병원내 간병 뿐 아니라 의료기관 외에 돌봄대상까지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병원내 간병은 간호관리료 차등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형을 발전시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하며, 지역사회 돌봄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대상을 연령과 관계없이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고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 해야 한다.
넷째 공급체계와 연계한 의료전달체계 설정이다.
상대가치점수 체계의 조정을 필수의료 강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공공성이 강한 소아, 노인, 장애인, 절단, 화상, 선청성질환, 희귀질환에 대한 과감한 정부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휴일, 야간진료에 대한 가산도 포함된다. 신뢰받는 전문병원도 필요하며 다양한 노인-장애인 등 복합질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커뮤니티병원(community hospital)의 역할도 필요하다. 지역사회돌봄과 연계된 급성기병원-회복기병원의 역할은 국민들의 체감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현 정부의 5년이 지나가고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여러사람들이 관여되는 대선에 훌륭한 인재들이 국민을 위한 수많은 정책을 제안했겠지만 아이디어를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 또한 중요한 일이다. 특히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성장률이 둔화됨과 동시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의료정책을 바라보는 의료인으로서 차기 보건의료정책에 관해 생각을 적어 보았다. 위기를 기회삼아 5년후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어 있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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