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심장학회 연례회의(ESC Congress 2022)에서 다파글리플로진(상품명 포시가)이 심박출량 보전 심부전(HFpEF)에 대한 효과를 증명하면서 심부전약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에 임상 현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엠파글리플로진은 박출률 60% 이상을 포함해 상태가 좋은 심부전 환자일수록 혜택이 점차 줄어든 반면 다파글리플로진은 박출량과 무관한 효과를 증명하면서 경쟁 구도에서 유리한 지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시가의 심부전 효과를 살핀 DELIVER 연구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SGLT-2 억제제 계열 치료제의 변별점이 될 수 있을까?
대한심부전학회 Heart Failure Seoul 2022에서 발표를 진행한 바르셀로나대학 카마포트 교수와 대한심부전학회 강석민 회장(세브란스병원)은 이에 대해 '당연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강 회장은 "DELIVER 연구를 통해 다파글리플로진이 심장 박출률 60% 이상 환자에서도 동일한 혜택을 가진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입증됐고 이는 분명하게 차별화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며 "다만 다른 SGLT-2 억제제에서도 박출률 70% 이상인 환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는 데이터도 있어 무조건 다파글리플로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DELIVER 임상의 1차 평가 지표는 심혈관계 사망 또는 복합 심부전 악화 여부였다. 다파글리플로진 투약군은 위약군 대비 심부전 악화에서 위험도가 하락(HR=0.79)했으며 심혈관계 사망 역시 낮아졌다(HR=0.88).
이에 대해 카마포트 교수는 DELIVER 연구가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과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등 심박출 계수와 무관하게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ARNI 제제, Beta 차단제, MRA 제제 등을 사용할 때는 심박출계수가 보존됐는지 저하됐는지 여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하지만 DELIVER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많이 전환됐다는 점에서 미래에는 환자의 심박출 계수에 상관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카마포트 교수는 2021 ESC 가이드라인 집필위원장이자 미국에서 DELIVER 연구를 발표했던 킹스 칼리지 런던의 테레사 맥도나교수가 '앞으로 심부전 치료에 대한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을 강조했다.
가령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가 항응고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 환자는 왜 항응고제를 안 쓰고 있지?' 라고 자문하는 것처럼 심부전 치료에 있어 SGLT-2 억제제의 사용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DELIVER 연구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심박출률 60% 이상 심부전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카마포트 교수는 여기에 더해 만성 신장병 여부가 치료제 선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카마포트 교수는 "모든 심부전 환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만성신장병(CKD)으로, 담당 고령 환자 3명 중 2명 꼴로 이 문제를 겪고 있다"며 " 다파글리플로진의 경우 DAPA-CKD 연구로 개선 효과를 입증한 만큼 개인적으로 치료제 선택의 중요한 포인트 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DELIVER 연구에서는 개선된 심박출 계수를 가진 환자들을 포함한 연구가 포함됐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DELIVER 연구에서 관련 데이터 가지고 있는 다파글리플로진이 다른 SGLT-2 억제제보다 우세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고령환자 많은 심부전 세분화된 추가 연구 필요"
다파글리플로진을 포함한 SGLT-2 억제제 계열 치료제와 관련해 두 교수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고령 환자가 많은 심부전 분야에서 안정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카마포트 교수는 "담당하는 환자의 연령대가 보통 80대 이상이기 때문에 치료제 선택 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다파글리플로진은 연구에서 안전성을 입증했고 부작용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또 강 회장은 "심부전 특성상 심장 기능이 악화돼 퇴원과 입원을 반복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며 "SGLT-2 억제제는 삶의 질 지표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다른 치료제들보다 심부전 치료제로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두 교수는 심부전에서 고령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향후 고령 환자에 대한 세부적인 구분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마포트 교수는 "노쇠한 환자들의 경우 치료를 시작할 때 이미 여러 합병증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환자들의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는 지에 대해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이이 입증한 데이터가 있긴 하지만 상당히 노쇠한 환자는 제외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 역시 "고령 환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은 확실하지만 그 안에서도 세부적인 구분이 필요하다"며 "같은 고령의 환자라고 하더라도 성별과 활동 가능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연구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강 회장은 심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들이 심부전 질환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심부전 가이드라인을 보면 '심부전 위험군(At Risk for HF)에 있는 환자들은 혈압 관리나 운동, 다이어트, 금연 등 라이프 스타일 개선을 통해 관리하도록 지침에 명시돼 있다.
또한 심부전 전단계(pre-heart failure) 초기 징후를 보이는 사람의 경우 1차 예방에 초점을 맞추며 심부전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선 새롭게 추가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SGLT-2억제제를 포함한 약물 치료를 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단계에서부터 치료를 하게 되면 '증상이 있는 심부전(Symptomatic HF)'이나 '진행된 심부전(Advanced HF)'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국내에선 심부전이 잘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들이 인지하지 못해 병원을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심부전이 진행되고 병원에 찾아왔을 때는 이미 중증으로 발전된 후일 수 있고 치료 비용과 삶의 질, 보험재정 등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미리 진단해 더 큰 재앙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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