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나는 갓끈을 고쳐 매었을 뿐이며 오얏나무 열매는 따먹지 않았다고 변명을 해도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 질병청장이 되신 분은 대통령의 55년지기의 아내라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이 분이 질병청장이 되기에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해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임명이라고 생각되며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해 필자는 새 질병청장이 이런 오해를 불식하고, 제대로 된 임명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을 위한 국가책임제를 진정성있게 시행해야 한다.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책임제는 현 대통령께서 후보시절 내세운 1호 공약이다. 이 공약으로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후 이 공약에 대한 진정성 있는 시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께서도 일절 언급이 없고, 이전 질병관리청장은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을 앞에 두고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다. 마치 첫 공약이 단순히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었나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필자는 대통령의 초심을 믿어보고 싶다. 그 공약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었으며 백신부작용으로 고통에 빠진 국민들에 대한 긍휼과 책임의 마음이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대통령께서 직접 임명하신 새 질병청장은 어떤 업무보다도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국가책임제를 시행하는데 온 마음을 드려야 할 것이다.
최근 한 언론사는 식약처가 의약품피해구제사업을 위해 수백억의 돈을 제약회사에 청구해서 받고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크게 문제의식을 가졌던 부분이다. 일본의 좋은 정책을 가져온 것까지는 잘 했으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 식약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필자는 식약처 고위 공무원에게 왜 이 좋은 제도를 의사들에게 제대로 홍보하지 않는지, 식약처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주요 의학 학술대회에 가서 20분 정도프리젠테이션하면 될 터이고 학회에서도 환영할텐데 왜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가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물론 필자의 많은 메일에 대해서 그렇듯이 식약처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질병관리청 또한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을 위한 매우 적은 예산조차 다 쓰지 않는 형국이다. 그 몇 배의 예산을 신청해도 모자를텐데 말이다. 또 30만원 이하 소액 건에 대해서는 피해보상심의위원회 심의없이 보상함으로써 보상 퍼센티지를 늘리는 비열한 행정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식약처와 누가누가 더 무책임하고 비열한가 경쟁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새 질병청장은 이런 비열한 행정을 멈추고, 진정성 있는 행정으로 국민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두번째, 국민들과 과학과 상식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기 바란다. 이전 질병청장들은 자신들의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서 그 때 그 때 일부 제한적인 데이터를 악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백신 접종 초기에는 1회 접종으로도 100% 감염이 예방된다는 국내 데이터를 활용해서 백신접종을 강요했는데, 백신의 임상시험 자체가 2회 접종으로 90% 였는데 그 때 일시적인 데이터를 심하게 왜곡, 악용한 것이다. 이는 백신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조차도 하지 않는 백신 프로모션이었다. 또 60세 미만에는 백신접종의 유익이 없고 도리어 해롭다는 국내 데이터는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자료는 무시하고 동절기 접종을 60세 미만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마스크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이전 질병관리청장은 NEJM에 실린 관찰연구를 이용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코로나 발생이 증가한다며 마스크를 벗기 어렵다고 얘기했는데 그럼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런 상식적인 사실을 모르고 마스크 착용을 해지했겠는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발생 증가에 대비한 의료전달체계는 구축하지 않고 대유행시기에 임기응변으로 땜빵만 하다 보니 마스크라도 붙들어야 하는 불쌍한 형국이 된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런 데이터 악용에 전혀 속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옆 나라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데, 우리는 써야 한다고 하면 쓰는 그런 독재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 질병청장은 데이터를 공정하게 제시해 국민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기 바란다. 그 때 그 때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데이터를 왜곡, 악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세번째, 중앙임상위원회의 기능을 회복하기 바란다. 중앙임상위원회는 감염병예방법상 명시된 공식 정부 위원회이며 코로나 초기 방역에 매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중앙임상위원회는 정기적으로 기자간담회를 통해 코로나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앞으로의 예상되는 상황들을 설명함으로써 대국민 과학적 소통을 담당했다. 그런데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 2021년 6월경 방역완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부터 갑자기 중앙임상위원회의 기능이 사라졌다. 만약 우리가 그 때부터 방역완화를 준비했다면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의 해제와 마스크 착용 의무해제가 빨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부터 질병관리청은 중앙임상위원회가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의 입을 활용했다.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이다. 왜 공식적인 정부위원회의 기능을 망가뜨리고, 여러 민간 전문가들이 활개치게 하는가? 새 질병청장은 이 왜곡된 행정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새 질병청장이 필자의 위 세가지 제언을 경청하고 시행한다면 비록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썼다고 할지라도 그 변명이 통할 것이다. 솔직히 세가지 모두가 어렵다면 첫번째 제안이라도 잘 시행하기 바란다. 그것은 현 대통령께서 과연 첫 공약을 정치적 수사로서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서 취약한 국민들을 이용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고통에 처한 국민들에 대한 긍휼과 책임의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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