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인 초음파를 진단 보조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열렸다. 첫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재판장 이성복)는 6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 P원장에 대해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P원장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환자 C씨에 대해 초음파로 68회에 걸쳐 신체 내부를 촬영했지만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P원장이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이 의료법에 나와있는 면허 이외 의료행위라고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법조계에 따르면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의 판단과 반대되는 결과를 내는 일은 드물다는 게 중론. 3개월여만에 열린 파기환송심에서도 이성우 재판장은 해당 사건에서 사실오인이 있는 부분만 확인하려고 했다.
이 때, 검사는 대법원 판단이 바뀌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P원장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검사는 "대법원 판단이 변경되기 전에는 입증할 게 없었다"라면서 "한의사가 보조적 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했을 때 환자 건강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을 입증할 계획이다. 영상의학과 권위자에게 사실조회를 하는 등 입증계획서를 내고 증인신청까지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오는 20일 2차 공판을 통해 증거에 대해 결정하고 한 번 정도 공판을 더 진행한 후 종결하겠다고 했다.
한의사 초음파 허용 문제는 의료계에서도 크나큰 관심을 보이는 사안인 만큼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을 필두로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 김민정 홍보이사, 황지환 기획이사, 최청희 법제이사가 참석해 공판을 지켜봤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도 법정을 찾았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암환자에 초음파는 가장 중요한 진단 도구이며 의사들도 사용하기 힘든 기기"라며 "2년 2개월 동안 68회나 초음파를 하거도 자궁내막암을 발견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자료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의협도 적극 검찰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택 회장도 "판단 과정에서 가장 중점으로 둬야 하는 부분은 피해자"라며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제대로된 판단을 해서 피해자 편에 서주는 게 무너진 사법제도를 제대로 다시 세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한의협 묘한 신경전…1인시위 하거나 성명서 내거나
파기환송심 첫번째 공판이 열리는 날 의협과 대한한의사협회는 장외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이필수 회장과 김교웅 위원장은 대법원 앞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며 약 한 시간 동안 1인시위를 벌였다.
의협은 "의학과 한의학을 엄격히 구분하는 확고한 이원적 의료체계를 취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여 각각의 면허를 부여하고 있다"라며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특정한 의료행위에 의하여 어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에 의하여 확인되고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항상 보건위생상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한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활성화된 CD8+T 세포 및 단핵 식세포의 간 내 침투와 약물 유도 간 손상의 연관성' 논문은 사실을 왜곡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한약이 간에 좋지 않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악의적인 한의약 폄훼"라고 주장하며 "국민과 언론을 기만하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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