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장기이식을 받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매우 어려운 일로 이식 이후 잘 유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막다른 골목에 있는 환자에게 생긴 마지막 한 번의 이식 기회를 잘 유지시키기 위해 CMV 감염 치료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장기이식과 관련해 국내 통계를 살펴보면 국내는 외국에 비해서 장기이식 확률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생체이식이 아닌 뇌사자 즉, 장기기증자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다.
스페인, 미국 같은 경우에는 100만 명당 장기 기증자가 대략 40~45명 정도인 반면, 국내는 8명으로 대략 4분의 1 정도 수준에 불가한 상황이다.
실제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1년에 4116명 정도가 고형장기이식을 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 뇌사자에서 장기이식을 1478명 정도로 나머지 2638명은 생체이식을 받고 있다.
대한이식학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하루 약 6.8명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뇌사 기증자 및 이식자 수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최근 5년간 최저 수준 기록했다.
결국 이식기회를 늘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식받은 장기를 잘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대한이식학회 김명수 이사장(신촌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의 시각. 그는 고형장기이식 환자에서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거대세포바이러스(이하 CMV)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일환으로 전 세계 널리 분포돼 있으며, 국내 인구의 95-99%는 CMV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사람은 CMV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고형장기이식의 경우 모든 환자가 면역억제제를 복용해 CMV 뿐만 아니라 결핵 등의 질환에 일반인 대비 10배 이상 취약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CMV 감염은 환자의 목숨이 위태롭게 하거나 어렵게 이식받은 신장, 간 등의 이식 장기가 망가지는 위험이 있다"며 "이식환자에서 이식된 장기가 망가지면서 장기를 다시 구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는 점이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타 질환과 CMV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같은 감염 우려가 있는 조혈모세포이식과 비교해 면역억제제 복용기간이 긴 고형장기이식에서 CMV 감염을 조심해야 된다는 지적.
김 이사장은 "조혈모세포이식 환자는 조혈모세포가 어느 정도 안착한 이후에는 추가 감염의 빈도가 많이 증가하지 않지만 장기이식환자는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는다는 특성이 있다"며 "장기이식 후 초반에 감염 확률이 높아진 후 이후 떨어지다가 면역억제제 투여 기간이 길어질수록 감염 확률은 다시 지속적으로 높아진다"고 언급했다.
즉, 고형장기이식환자는 면역억제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면역이나 치유능력으로 질환에 대응하는 부분에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환자들이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하는 만큼 환자군이 누적된다는 점도 CMV 감염에 주의해야할 점으로도 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CMV 감염에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CMV 치료는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단계의 예방요법, 바이러스에 걸렸지만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단계의 선제적 요법 그리고 질병으로 진행된 상태의 치료제 사용 등 3단계로 나눠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CMV에 여러 약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좋은 약도 100% 효과가 있는 경우는 없고 CMV 역시 기존 치료에 불응하는 환자가 10~15%정도 된다"며 "다만 기존 항바이러스제제의 경우 이식환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제한도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말 리브텐시티(성분명 마리바비르)가 허가를 받으면서 임상현장의 선택지를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 김 이사장은 환자치료에 또 하나의 무기를 장착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다양한 무기가 필요하듯 환자 치료에도 다양한 무기가 있어야하고 여러 치료제에 더해 리브텐시티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며 "새로운 약이 나오면 경험이 누적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임상 3상 데이터를 봤을 때 기대가 되는 약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3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 CMV 바이러스 치료에 내성이 있거나 반응하지 않은 환자에서 기존 치료군 대비 2배 이상 유의미한 CMV 바이러스 혈증 제거 효과를 보였다"며 "기존의 치료제는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거나 신장 기능이 나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는데, 이러한 부작용에서도 자유롭다는 점도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장기이식환자 상대적 소외 어려움…환자 혜택 여전히 부족"
다만, 이러한 치료제의 등장해도 불구하고 여전히 급여 등 환자들이 혜택을 보기에는 허들이 존재하는 상황. 여기에 더해 다른 질환과 비교해 환자군이 적다는 점도 공론화에 있어 학회가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하나다.
김 이사장은 "고형장기이식 후 CMV 발생 비율은 대략 16~56%로 알려져 있고 감염환자가 많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진행도 더딘 편"이라며 "이식환자의 수는 매우 제한돼 있지만 CMV 감염되면 목숨이 위태로운 만큼 이러한 환자를 보호하는 보험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CMV 감염 치료가 절실한 이유는 막다른 골목에 있는 환자에게 생긴 마지막 한 번의 이식 기회를 잘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이라며 "항바이러스 제제의 경우 10년이 지나도 급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려운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이식학회 역시 보험 담당자, 정책결정자 등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알리고 있지만 아직 환자 혜택 면에서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김 이사장의 평가.
특히, 김 이사장은 환자의 동의만으로 치료가 시작되는 일반 질환과 달리 장기이식을 등록하고 대기하는 의학 외에 사회에서 법적인 허용이 필요한 만큼 시스템 차원의 다학제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식의 절반은 의학 분야지만 절반은 사회에서 법적으로 허용이 돼야 가능한 치료라는 특수성이 있어 학회에서도 제도와 시스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장기이식 환자에 대한 치료와 관리는 다학제 접근은 물론 해당 분야의 전문 진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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