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정신없는 대학병원의 3월은 지나가고 4월이 찾아 들었다. 국가고시를 앞둔 본과 4학년 학생들에게는 병원 실습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의과대학생들은 학생의사, 폴리클 선생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병원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왜 병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무엇을 배우고 어떤 것을 느끼는 걸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의과대학 자체평가 기준에 의대생의 임상실습 교육과정을 최소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을 운영하고 강의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의대생은 아직 의료인이 아니지만 법적으로 학습권을 보장받게 되어 임상실습에 임하게 된다. 학생들은 이 기간 동안 외래 진료, 수술, 병동 회진, 학회 및 세미나 등을 참관하고 예진, 의무기록 작성, 증례발표를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실습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환자 진료에 필요한 적절한 기본수기를 습득하고, 실제 환자와 상호작용하며 환자의 대화방법을 터득한다. 나아가 병원의 구조와 의료 체계에 대해 이해하고, 의료인으로서 전문직업성을 함양하게 된다.
실습의 구체적인 지침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교수의 관점에 의해 교육의 방향이 좌우되기도 한다. 막연하게 해당 과의 분위기를 보며 지망할지 고민해보라는 교수도 있는 반면, 일차 의료 제공자로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질환의 임상상을 체험하거나 특정 질환에 대해 전문의 수준의 치료 계획 수립에 학습목표를 두는 교수도 있다.
또 병원 실습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수업이 아니라 실제 임상 상황에서 진행되는 교육이기에 예상 불가능한 측면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교육이 다양한 목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각 학습자 입장에서는 모두 다른 경험을 얻는다. 나 또한 한 명의 의대생으로서 3개 병원에서 20여 과를 거치는 동안 겪은 온갖 양태의 실습에 때로는 가슴 벅차고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1년 여 병원을 나며 느낀 점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실습의 중요한 목적은 평생 몸 담아야 할 병원이라는 곳에 익숙해지고 인사이트를 기르는 것이다. 강의실을 갓 벗어난 학생은 병원이 생경하기만 하다. 구조적인, 그리고 실리적인 이유로 진단 알고리즘에 따라 검사들이 시행되지 못하고, 건강보험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 등 의료 외적인 요인들로 인해 교과서적인 치료가 행해지지 못하며, 약물 처방은 성분명이 아닌 낯선 상품명으로 내려진다.
이렇듯 병원은 교과서가 지배하는 강의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공간이므로 실습을 하며 그 동안 학습했던 이론과 실제 임상의 괴리를 느끼고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 생활을 하며 또 유념할 것은 감정 앞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중증 환자를 숱하게 마주하게 되고 때로는 눈앞에서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중환자실에서 장기 투병 끝에 사망하는 환자를 보며 숙연함을 느끼고 응급실에서 가망 없는 심폐소생술이 30분째 행해지는 모습에 황망함을 느끼기도 한다. 정서가 비교적 메마르지 않은 학생에게는 병원에 흐르는 감정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지만 의사가 되는 순간 밀려오는 환자에 치이고, 어른들의 사정에 짓눌려 환자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그 고충에 무뎌질 공산이 크다.
원활한 진료를 위해 의사가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을 몸소 느끼고 승화하는 것은 훗날 환자 공감의 자양분이 되기에 의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의료는 의학과 달리 단순히 의술을 행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이면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병원 실습이 수업 대신 교육이라 불리는 데에는 이론 너머의 것을 터득하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병원 생활을 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예비 의료인으로서 가운이 지니는 무게를 체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대생에게 병원 실습이란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와도 같다. 실습의 취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를 토대로 충실히 실습에 임하다 보면 의대생에서 의사로 알찬 변태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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