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제도권에 들어온데 이어 경구용 치료제도 잇따라 허가를 받으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 계획이 공개되면서 산업 육성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
결국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의 활용을 넘어 치료제로 가능성이 확장되면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2의 게놈으로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한 생명체의 모든 유전정보를 의미하는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인체에 서식하는 모든 미생물의 유전체를 뜻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2019년 811억달러(한화 약 97조5227억원)에서 오는 2023년에는 1087억달러(한화 약 13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중 의약품 시장은 약 74억8440만달러(한화 약 9조원)로 추정된다.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 시장의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진 것은 기대감을 넘어 실제 치료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과거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의 활용에 머물러 있는 넘어야할 장벽 역시 많을 것으로 여겨진 것과 달리 차세대 개발 분야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이 기존 건기식이나 화장품을 넘어서 치료제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며 "미국에 치료제가 허가를 받으면서 면역 치료제나 감염 치료제로서 다양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페링 파마슈티컬스의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 리바이오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포문을 열었지만 액체 형태의 약제를 항문으로 투여해야해 상용화에 허들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달 26일 최초의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인 세리스 테라퓨틱스의 보우스트(SER-109)가 FDA로부터 허가를 받으면서 상업화의 가능성을 높인 상태다.
2개의 치료제가 허가와 경구치료제의 등장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시장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
이에 대해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피터 마크스 소장은 "이번 승인으로 환자와 의료진은 재발성 CDI를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얻게 됐다"며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환자의 치료 및 접근성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 마이크로바이옴 가능성 타진…정부도 블루오션 관심↑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등장했지만 치료질환의 한계와 글로벌 시장의 측면에서 아직 신약개발이 초기단계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기업이 문을 두드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 배지수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사례가 바이오산업의 후발주자이지만 과감한 투자와 연구를 통해 선두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으로 보여줬다"며 "마이크로바이옴산업 역시 한국이 세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지놈앤컴퍼니, CJ바이오사이언스, 고바이오랩, 중근당바이오 등의 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바이오랩의 경우 셀트리온과의 협업을 통해 후속파이프라인을 발굴하고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모습.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플랫폼 '스마티옴'을 바탕으로 건선과 염증성장질환을 타깃으로 각각 'KBLP-001(KBL697)'과 'KBLP-007(KBL697)'에 대한 미국과 호주 등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또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 뿐 아니라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에 나선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면역항암제 처방이 활발하지 않은 암종을 대상으로 개발 자원을 집중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파이프라인 'GEN-001'은 위암 타깃 PD-L1 면역항암제 바벤시오 병용요법 임상 2상에 이어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에 대한 담도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키트루다 병용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이 임상 1/2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으며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여기에 영국 4D파마(4D Pharma)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며 타깃 질환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에 발맞춰 정부도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이 시작하는 단계에서 도약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국내 정부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R&D)과제 총 연구비(정부지원금+민간부담금) 비용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약 238억원이던 마이크롬바이옴 총 연구비는 2020년 기준 840억원을 돌파하면서 2016년 대비 3.55배 증가했다.
또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개년 동안 마이크롬바이옴 R&D로 총 3198개 과제가 추진되는 등 과제수와 정부연구비 측면에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인체질환 극복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개발 사업(가칭)'을 통해 2025년부터 2032년까지 8년 동안 2단계로 총 40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계획. 이후 단계별로 ▲뱅크 및 데이터 구축 ▲전임상 기반 원천기술 개발 ▲임상 및 제품화 연구 등 기초연구부터 치료제 사용화까지 전체 단계에 걸친 지원을 구축하겠단 복안이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김형철 바이오PD는 "과기부, 복지부, 산자부 등 여러 기관이 연계해 진행하게 될 사업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산업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해당 부분을 어떻게 연계할지 고민하고 중이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나오면서 그간의 의구심을 떨쳐내고 큰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마이크롬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도 더욱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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