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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이 의사가 되어야 하는데"

성균관의대 2학년 정소예
발행날짜: 2024-09-23 05:20:00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2학년 정소예

휴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동안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동네 주민센터의 민원봉사부터 도서관 서가 정리, 플로깅 봉사, 지역아동센터 일일봉사, 병원 안내 봉사, 그리고 명동 가톨릭회관에서의 사무봉사까지 봉사활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하루종일 찾아 나섰다.

처음에는 갑자기 주어진 빈 시간을 채워야겠다는 약간의 강박과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봉사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일화들도 여럿 있었다.

병원에서 안내를 도와주는 봉사를 하며 내원객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떠오른다. 병원에서 나는 아주 간단한 일을 맡았다. 그저 지정된 구역에서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내원객들을 돕거나 간혹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가르켜 주는, 그런 단순한 일. 어느 날 한 내원객께서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길을 물어보셨다.

병원은 워낙 크고 북적이니, 처음 오신 분들은 길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차분히 내원객 분께 방향을 설명드리고 나니, 그분의 표정이 금새 밝아지셨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사람들이 의사가 되어야 하는데, 요즘 의사나 의대생들은 그렇지가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분은 내가 의대생이라는 걸 전혀 모르실 텐데…

곧바로 이어지는 현 의정 갈등에 대한 말씀, 나는 "아, 네"라고 애써 웃으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썩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저 평소처럼 응대했을 뿐인데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다니, 의대생으로 좋아해야 될지 슬퍼해야 될지 도통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평일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나가다 보면, 대학생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다음부터는 똑같은 레퍼토리다. 무슨 과인지, 몇 학년인지, 그때마다 "의대 다니고 있어요"라는 대답과 "아" 하는 상대방의 반응.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이곤 했다.

최근 뉴스에서 조명하는 의사와 의대생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어느샌가 심장이 쿵쾅거리고 속이 메스꺼웠다. 타인이 '의대생'이라는 집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지 않음을 인지할 때, 속상함과 함께 주눅드는 순간도 가끔은 찾아온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만, '나' 라는 인간을 대할 때와 나라는 '의대생'을 대할 때 과연 같을까 싶은 생각도 간혹 들었다.

휴학 전에는 공부가 바쁘다는 핑계와 친숙한 동기들과 함께하며, 내가 아는 세상은 익숙한 안락함 속에서 존재했다. 하지만 익명의 자원봉사자로 나서면서 세상은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사연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도 나름의 성찰을 하게 되었다. 봉사라는 단순한 활동이지만, 그 속에서 내가 속한 사회와 그 사회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었다. 특히 의대생이라는 신분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사람들은 흔히 의대생을 미래의 의사로, 고도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존재로 바라보지만, 그 기대 속에 내재된 감정은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봉사하며 만난 사람들 중 일부는 의사나 의대생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때로는 그 비판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럴 때면 마치 나 자신이 아닌, 내가 속한 집단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느껴져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나에게 주는 교훈도 분명했다. 의대생 또는 휴학생이라는 모호한 나의 신분과는 별개로, 나는 한 사람으로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봉사활동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봉사는 단순히 남을 돕는 행위가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는 과정이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곳곳에 존재하고, 작은 친절일지라도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잠시뿐이지만 관찰하며 나의 일상에 대한 소중함도 느꼈다. 봉사활동을 통해 학기 중에 해보지 못했던 여러 경험들을 채워가면서, 스스로 많이 성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봉사활동은 내게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주었다.

휴학 후 봉사에 전념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의사와 의대생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의료 문제의 복잡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시선과 대화를 통해, 의료진에 대한 기대와 신뢰뿐 아니라 비판적인 감정이 공존하고 있음을 직접 느꼈다.

의정 갈등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의 시선은 어쩌면 단순히 의사나 의대생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소통과 신뢰의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봉사는 나에게 의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고, 내가 속한 세상과 그 속에서의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주었다. 이를 통해 더 넓은 시각과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의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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