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뉴스를 듣다 보면 귀에 유독 자주 걸리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통합돌봄법'입니다. 오는 2026년 3월 27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지자체마다 대비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옵니다.
정확한 명칭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입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이나 환자가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통합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죠.
선진국에서 강조해온 'AIP(Ageing in Place)', 즉 살던 곳에서 품위 있게 늙어가는 삶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1. 흩어진 서비스를 하나로, 패러다임의 전환
그동안 의료(병원), 요양(장기요양), 돌봄(복지관) 서비스는 각각 분절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 간 연계가 어렵고,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될 분들이 병원에 머무는 '사회적 입원' 문제도 심각했죠. 이제는 지자체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대상자를 발굴하고, 건강 상태에 맞춘 '케어 플랜'을 짜서 의료와 생활 지원을 묶어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병원 중심'에서 '집 중심'으로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입니다.
2.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막막함"뿐입니다
정책의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당장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둔 분들의 현실은 어떨까요?
"우리 아버님도 저 서비스를 받게 하고 싶은데, 어디로 연락해야 하나?"
우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겁니다.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긴 설명을 듣고 나면 "의사소견서를 첨부하라"는 안내가 돌아옵니다. 여기서부터 보호자의 한숨은 깊어집니다. 이미 거동이 불편해 댁에 누워 계신 지 2년, 그동안 대리 처방으로 겨우 버텨온 아버님을 소견서 한 장 받자고 어떻게 병원까지 모시고 갈 수 있을까요?
사방팔방 전화를 돌리다 지쳐갈 때쯤, 겨우 방문진료 의원과 연락이 닿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습니다. "소견서 작성을 위한 방문은 불가능하니, 어떻게든 모시고 나오세요." 이쯤 되면 잡고 있던 전화기를 던져버리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3. 의료 현장의 괴리, "소를 키울 사람이 없습니다"
반대로 통합돌봄의 또 다른 축인 의료계의 입장은 어떨까요? 지역의 의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은 법안의 취지에 공감해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환자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가끔 걸려 오는 전화는 사업 취지와는 무관한 응급 상황 해결 요청뿐입니다.
결국, 환자 가족은 "갈 곳이 없다"고 울분하고, 의료진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의료와 복지, 요양을 하나로 묶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실제 현장에서 발로 뛰며 '소를 키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4. 말잔치보다 절실한 것은 '실천의 손길'
올해 3월부터 사업이 본격화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알맹이 없는 정책과 MOU(업무협약)만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양이 목에 걸 방울'의 성능을 평가하는 말잔치가 아니라, 그 방울을 실제로 걸고 책임질 사람의 손길입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역 기반 재택의료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의료·요양·복지의 연계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통합돌봄이 뉴스 속 정책이 아니라, 우리 집 안방과 동네 골목에서 체감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장의 의사들이 직접 뛰며 실천의 방법을 제시하겠습니다.
결국 통합돌봄의 성패는 "누가 소를 키우느냐"가 아니라, "함께 키우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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