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의료계와 한의계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만났다. 양측은 IMS, CT 사용, 의료일원화, 한약독성 등의 사안을 두고 한치의 물러남 없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학·한의학 갈등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의료계와 한의계가 발제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토론회 말미까지 이어졌다.

권용진 이사 "치료엔 현대-전통의학 구분 필요없어"
지규용 교수 "의료일원화 논하러 오지 않았다"

시작부터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졌다. 의협 권용진 사회참여이사는 발제에서 "질병을 치유하는 데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권 이사는 한약 부작용과 국민 의료비 효율성, 한국의학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의료일원화는 시급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일원화 추진을 위해 정부 차원의 추진기구 구성, 한약의 부작용 조사, 한약재 표준화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지규용 동의대 한의학과 교수는 "의료선진화를 논하러 왔지 의료일원화를 이야기하러 온 것 아니다"면서 토론회가 의료일원화 논의로 흐르는데 제동을 걸었다.

지 교수는 "권 이사의 주장은 모든 원인이 의료일원화로 귀결되는 논리"라면서 한의학과 의학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의료계에서는 한의학의 과학화를 주장하면서도 CT 사용을 막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의료일원화 주장이 의료계의 현실 타개 방안이라며 의혹을 던졌다.

최원호 부회장 "한의학 없어지면 한약만 남아"

토론자로 나선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말보다 현대화라는 용어가 적합하다면서 한의계 자체적으로 용어정리작업이 완료단계에 도달하는 등 자체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IMS를 비롯한 대체의학의 요법들이 대부분 한의학적 요법"이라며 "이러한 요법은 한의학이라는 범주내에서 논의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의료일원화 모델은 외국에서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최원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의료일원화는 하나의 의학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며 "의료계의 동기가 순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약의 독성 문제에 대해 "관리의 문제"라며 "한약의 독성문제로 한의학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의학이 없어지면 한약만 남아 오히려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치는 상황이 도래한다며 경고했다.

양기화 의원 "한의계 처방전 공개해야"

양기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의료일원화는 과학적 사고를 하는 집단이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계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면 유효성과 안정성이 입증되어야 한다"면서 "한의계는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처방전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형식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방의료가 국내에서 위상이 높지만, 그 위상에 맞게 객과적이며 과학적으로 입증됐는지는 의문"이라면서 "한의학이 국제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세계적인 방법론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정부는 의료일원화에 앞서 질환에 따라 양한방 중 효과가 더 좋은 것을 평가하기 위해 검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최원호 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 졌으며, 단지 포장단위만 다를뿐”이라며, 한의사용 침과 정형외과용 침을 비교해 보여주기도 했다.

또 IMS 학회에서 토론회 도중 IMS 시술 장면을 방영해 사회자가 이를 제지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