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별 독자노선을 추구해온 서울대병원에 자발적인 협력시스템이 형성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일부 진료과를 중심으로 협진시스템에 대한 움직임이 구체화되며 환자중심 의료체계로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류마니스내과와 정형외과간 관절염 환자에 대한 교류가 가시화되며 외래의 공동진료 시스템이 구축된 것을 비롯하여 고령화에 대비한 (가칭)‘노인의료팀’ 구성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과와 신경과, 재활의학과 중견 및 주니어 교수진을 중심으로 노인의료팀 구상은 기존 단일 진료과를 중심으로 한 센터화보다 통합진료에 의한 팀 접근이 효율적이라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주 열린 산부인과 발전세미나에서는 타과와의 공동진료에 상당수 의료진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유방암(외과), 요실금(비뇨기과), 항암치료(내과), 유방성형(성형외과) 등 관련 질병에 대한 협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욱이 산부인과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에서 ‘타과 파견 기회시 선호하는 진료과’에 대한 물음에서 1년차는 내과와 외과, 비뇨기과를 원했으며 2~3년차는 외과, 비뇨기과 및 진단방사선과를, 4년차는 외과와 비뇨기과 등으로 응답해 현장에서 느낀 타 진료과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 교수는 “진료환경이 급변하는 현 상황에서 진료과의 기존영역을 고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환자중심에서 효율적인 접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협력진료에서 발생하는 진료영역 공유도 철저한 실력과 연구에 입각한 논의로 진행된다면 센터화와 특성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사료된다”고 언급했다.
반면, 진료과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나 일부에서는 협력진료시 팀간의 주종관계나 섣부른 진료영역 타파를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내과 한 교수는 “협력시스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여러 진료과가 모이다 보면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어 다른 과는 주변인으로 참여하게 될 수 있다”며 “공동진료시 중요한 점은 진료과간 분명한 역할과 임무를 부여해 참여과들이 모두 주체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서울대병원 협진시스템의 안착여부는 진료과들의 사심없는 팀 형성과 더불어 진료영역 타파의 근간인 환자중심적 사고에 의해 좌우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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