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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 운행 금지 '탁상행정' 비난

박진규
발행날짜: 2003-10-16 07:17:27

일부 병원, "행정처분 받더라도 중단 못한다" 버텨

병.의원 교통편의 제공행위를 금지한 개정 의료법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병·의원 무료셔틀버스 운행 금지 조치에 대해 병원 현실과 국민 불편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여론을 반영하듯 실제 일부 병원들은 셔틀버스 운행 금지조치 이후에도 여전이 버스를 운행하며 정부 정책에 무언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들 병원은 대중교통 수단과의 연계가 어려운 위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5일 병원계에 따르면 서울 G 의료원은 이날 현재 산하병원들의 셔틀버스 운행을 강행하고 있다. ‘단속 할테면 해봐라’는 식이다. 고위층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이 의료원 산하 Y병원은 지난 8일 불법 셔틀버스 운행 혐의로 관할 보건소에 의해 영등포경찰서에 고발된 상태이다.

병원 관계자는 “여전히 셔틀버스는 운행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당국의 단속과 행정처분이 무서워 환자들의 불편을 방치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전 8시부터 10분 간격으로 인근 지하철 역에서 병원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강남 S의료원도 운행을 중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버스 노선 변경을 추진하는 등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H의료원 등 일부 대형병원도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들이 이처럼 행정처분을 무릅쓰고 셔틀버스 운행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버스운행을 중단했을 때 환자들이 대안으로 이용할 교통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한 강남 S병원은 “왜 버스 운행을 중단했느냐”고 따지는 환자들의 민원에 시달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병원 셔틀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인근역과 병원을 오가며 매일 1천여명이 넘는 내원객들의 발노릇을 톡톡히 했었다.

병원 관계자는 “택시를 이용하기 어렵고, 마을버스 노선도 한참 떨어져 있어 환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자가용을 이용하는 내원객이 부쩍 늘어 교통과 주차사정이 크게 악화됐다”며 현실을 외면한 정부 정책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도 “병원을 백화점이나 일반 영리 목적의 기업과 동일시 하는 발상이 잘못됐다. 대책을 세워놓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상 사고로 다리 골절상을 당한 K(45세, 행당동) 씨는 "병원에 오기 위해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그것도 모자라 한참을 걸어야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한편 정부는 병 의원의 무료서틀버스 운행 금지 조항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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