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임상시험의 메카로 알려진 서울대병원이 재벌병원의 거센 추격에 밀려 추월될 위기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등 명문대병원 대다수가 다국가임상시험을 노력과 패기의 젊은 병원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어 엄정한 생존법칙에 입각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의학계에 따르면, 올해 다국가임상시험의 최다 수행기관은 서울아산병원으로 과거 1위인 서울대병원을 2배차로 따돌리고 연승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칼타임즈가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의 임상시험 연구현황을 단독·입수 분석한 결과, △05년(다국가임상시험):서울아산병원 61건, 서울대병원 28건 △06년(11월 현재):서울아산병원 59건, 서울대병원 33건 등으로 아산병원의 무서운 단독질주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03년 26건으로 시작해 04년 28건, 05년 61건, 06년 59건 등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3상과 4상 연구도 3~8배 증가한 수치를 기록해 다국적 제약사가 원하는 전형적인 임상시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아산병원의 이같은 발전모터에는 2200병상과 일일 7000명의 외래 환자수 등 국내 최대병원에 따른 임상시험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첫 번째 조건과 서울의대 출신으로 구성된 교수진의 맨 파워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연구활동과 상호간의 긴장감이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서울대병원은 주니어 교수진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을 비롯한 병원계 1위라는 권위를 아직도 탈피하지 못한채 외부의 객관적 평가 보다 내부의 달콤한 귓속말에 안주하고 있어 임상연구의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러한 상황은 서울대병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게 임상시험센터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세브란스·가톨릭 ‘퇴보중’...부산백·전남대병원 '활기'
전문가들은 “현재 다국가임상시험은 아산병원과 서울대, 삼성, 세브란스 등의 순으로 매겨지고 있다”며 “아산과 삼성은 연구환경 구축과 교수진의 노력으로 최상의 자리에 올라선 반면, 세브란스와 가톨릭의료원 등은 과거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점차 퇴로의 길에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A 대학병원 임상시험센터 한 전문가는 “세브란스병원과 가톨릭의료원 교수진이 GCP(임상시험관리지침)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으로 다국적임상시험이 점차 멀어져가고 있다”고 전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단순한 임상시험이 아닌 국제논문 등 연구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자칫 중급병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전통 사립대병원의 느슨한 임상시험 태세를 경고했다.
최근 개소한 서울아산병원의 지역임상시험센터를 비롯하여 시도별 12개 센터 중 지방대병원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력을 보이는 곳은 부산백병원과 전남대병원으로 아직 부족하긴 하나 다국가임상시험의 참여 횟수를 늘리며 지역사회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와 관련 S 대학병원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은 세계사회에서 해당국 의료기관의 연구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자료의 신뢰성과 임상기간 및 비용효과 면을 중시한 임상시험의 선점을 위해서는 전문성과 연구자적 자질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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