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내주부터 개최할 예정인 ‘대한의원 100주년·제중원 122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서울대병원과 연세의료원의 대립이 증폭되고 있다.
대한의원의 역사적 성격과 제중원의 적통을 어느 병원이 이어왔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연세의대는 서울대병원이 올해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발표하자 수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연세의대 여인석(의사학과) 교수는 9일 기자와 만나 “대한의원을 기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일제 식민지배를 위해 설립된 대한의원을 축하할 일이냐”면서 “당초 행사 일정에 한마음축제를 넣는 등 잔치분위기로 진행하려다가 비판이 일자 과거를 반성하는 성격이라고 말을 바꿨는데 문제는 10억여원이나 들여서, 그것도 정부 예산지원을 받아 반성해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과 대한의원을 꿰맞추려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 교수는 “제중원은 조선정부와 미국 북장로회가 설립한 것인 반면 대한의원은 일제 통감부가 식민지배를 위해 만든 것인데도 불구하고 자꾸 엮으려고 한다”고 공격했다.
특히 여 교수는 “조선정부가 제중원을 설립했다는 것이 서울대병원의 뿌리라는 주장의 근거인데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일종의 믿음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없다”면서 “그렇다면 국립병원의 역사를 고려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연세의대가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우용 병원사연구실장은 “서울대병원의 대한의원 기념행사에 제중원이 들어간 것을 가지고 연세의대가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방적으로 대한의원의 부정적인 측면만 부곽시키고 있다”고 반격했다.
그는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국제심포지엄은 제중원을 포함한 1880년대 조선정부의 의료개혁과 서양의학의 도입과정을 논의하는 자리이지 결코 제중원 뿌리 논쟁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제중원 122주년’ 문구와 관련해서도 그는 연세의대가 오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의원이라는 토양 위에서 서울대병원이 생겼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식민성을 되돌아보고, 부정적 유산이 없는지, 활용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게 기념행사의 취지”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대한의원은 아무런 토대가 없는 상태에서 시혜적 사업을 한 게 아니라 이전의 의료개혁 성과의 결정체이며, 그 경험이 비롯된 게 제중원이라는 의미에서 대한의원 100주년 뒤에 제중원 122주년이란 문구를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제중원과 대한의원은 연계성이 있고, 그런 점이 재조명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4월 6일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국제심포지엄을 열어 동아시아에서의 근대의학의 태동을 조명할 계획이지만 연세의대 연구자를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두기관간 논쟁은 장내가 아니라 장외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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