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인터뷰=원장후보 김중곤 교수] 지난 2004년 서울대병원 원장직 출마로 관심을 받은 바 있는 소아과 김중곤 교수가 이번 원장 공모에 응시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인터뷰를 사양한 김중곤 교수를 어렵게 설득해 자리를 마련하여 출마의 변과 서울대병원의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서울대병원 원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김중곤 교수가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국가중앙병원으로 재도약을 위한 새틀짜기를 제언했다.
서울대병원장 후보자인 김중곤 교수(55, 소아과)는 23일 메디칼타임즈 등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형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확장되고 우수인력을 보유한 서울대병원의 진료수준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상황으로 심각한 위기”라고 밝혔다.
이날 김중곤 교수는 출마의 변을 “서울대병원은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다”는 말로 대신하고 “진료 질과 무관한 양을 추구하는 수익성에 국한된 경영패턴은 서울대병원의 설립취지와 목표를 추락시키고 있다”며 상실되고 있는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질타했다.
김중곤 교수는 “지난주 제출한 응모자료에 현 서울대병원의 의료 질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몇 개의 진료자료를 첨부했다”며 “아직 공개하기는 이르지만 이 자료가 밖으로 나간다면 서울대병원이라는 최고의 이미지에 감추어진 현주소를 직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김 교수는 “간이식술이 최고 수준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은 외과 의료진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성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병원 시스템의 문제”라고 전제하고 “10시간이 걸려 1건하는 이식술과 10시간 동안 10건하는 맹장수술 중 어느 쪽에 인센티브가 부여되는지 생각해보면 수익성을 쫓고 있는 현 경영시스템을 냉철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계탑이 시행중인 진료 양 중심의 인센티브제를 단순노동의 ‘당나귀 정책’에 비유했다.
김중곤 교수는 국내 최고를 자임하는 서울대병원의 위상과 역할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엄정함을 주문했다.
그는 “외부 경쟁력에서 삼성과 아산 등 주위 병원들의 파워가 급증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어떤 부분은 따라잡기 불가능할 정도로 이미 손을 들은 상태이고, 또 다른 부분은 쫓아가기에 급급한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우석 사태로 수 십 억 원이 날라간 세계줄기세포허브 사업에 서울대병원 집행부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고 “과거 70년대 홍창의 원장은 물품납품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자 바로 원장직을 사직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며 경영진과 벽을 쌓고 있는 교수진 변화가 집행부의 신뢰성과 무관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줄기세포허브 문제, 경영진 신뢰감 상실"
김중곤 교수는 특히 “그동안 복지부 이관을 반대한 시계탑이 최근 의료봉사단 출범 등으로 공공의료 확충에 나서는 듯하나 서울대병원이 수행해야 할 공공의료의 개념은 단순 봉사개념이 아니다”라며 “표준진료지침 수립과 첨단진료기법 적용, 의료체계 허브 역할 등 다른 곳에서 손댈 수 없는 큰 개념의 공공의료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복지부 이관을 좁은 의미의 공공의료에 대한 ‘종속’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료 기능이라는 서울대병원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찾아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언급하고 “국립대병원간 네트워크 형성의 핵심축에 서울대병원이 위치하고 소외계층과 특수상황 등은 국립중앙의료원이 총괄하는 공공의료 확충의 쌍두마차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복지부 이관의 정당성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중곤 교수는 “분당과 보라매병원 젊은 교수진은 양에 치중된 인센티브제와 진료시간 확대 등으로 죽자 사자 진료에 임하고 있다”며 “병원별, 개인별 특성화가 없는 현 상황은 교수인원만 증가시킬 뿐 병원간 상호발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진료영역 전문화에 근거한 복수병원 관리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월급 때문에, 인센티브를 많이 받기 위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지는 않는다”고 전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진료와 연구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수진에게 연구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정신을 불러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바람 나는 분위기 조성과 과감한 투자를 피력했다.
김중곤 교수는 “앞으로 원장은 중장기적인 병원 펀드 조성을 위한 모금활동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환자의 촌지를 없애 재력가와 뜻있는 환자들이 병원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부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중곤 교수는 “지난 3년전 원장직에 출마해 누명만 뒤집어쓰고 끝나는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고 말하고 “원장이라는 보직에 욕심이 있어 다시 도전한다기 보다 서울대병원이 처한 위기를 그대로 방관할 수 없다는 심정에서 어렵지만 마음을 잡았다”며 서울대병원 위기 극복이라는 소신으로 두 번째 도전에 임하는 후보자로서의 심정을 피력했다.
한편, 재임에 나선 성상철 원장측은 메디칼타임즈의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이사회 면접전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원론을 고수하며 취재 거절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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