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급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층에서 외과는 더 이상 필수 진료과가 아니다. 진료과 중 꿈의 성전으로 불리던 외과의 명성은 ‘전공의 모시기’라는 말로 퇴색돼 암울한 고행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의사의 의술도 열악한 수가체계속에 힘겹게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대학병원과 개원가, 복지부 등의 현장 목소리를 통해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외과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위기극복의 타개책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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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대학병원 수술현장에 가다.
②개원가 생존 비법은 없다. ③수가개선 만병통치약 아니다.
④정부·의료계 결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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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 빠지지 않은 단골 메뉴가 ‘건강보험 수가’이다.
분배중심의 사회주의로 비춰지고 있는 한국의 보험체계에서 외과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수 년간 외치고 있는 수가문제에 따른 불안한 국민건강을 우려하는 외과 의사들의 전망과 답은 동일하다.
‘수년 후면 중소도시에서 맹장 수술할 의사를 찾기 힘들다’ ‘동남아에서 외과의사를 수입할 때가 올 것이다’ 등의 불길한 관측에는 "외과 문제점은 수가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럼, 수가 책임부처인 복지부도 외과와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박인석 팀장을 만나 외과 문제점에 대한 정부의 솔직한 입장을 들어봤다.
최근 춘계학회 시즌으로 주요 진료과의 건강보험 강연으로 잦은 출장을 다니는 박인석 팀장은 외과의 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솔직히 해답은 없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인석 팀장은 이어 “외과와 흉부외과에서 개원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수가가 낮아서 돈벌이가 안된다는 주장은 대학병원 교수의 진료과별 급여를 봐도 100%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박인석 팀장은 “의료계에서 수가 얘기를 노상 하는데 현재의 수가가 높다, 낮다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고 “의료의 원가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지닌 비급여 등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 대한 회계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의료계의 정확한 수익공개와 수가개선이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박 팀장은 “외과가 전공의 기피로 알려졌으나 최근 6년간(00~05년)의 전공의 확보 통계를 보면, 떨어지던 확보율이 2004년부터 증가세에 있다”며 “수가가 낮아서 전공의가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부분보다 외과 일이 힘들고 개원이 어렵다는 특성이 크게 반영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외과의 가장 핵심 현안인 전공의 문제에 대한 복지부의 생각을 무엇일까.
박인석 팀장은 전공의 적정 정원에 대한 명확한 통계분석을 제언했다.
“전공의 미달사태, 수가로만 보지 말아야”
박 팀장은 “외과 전공의 미달사태는 심도있게 접근해야 한다. 전공의 미달을 수가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270명(05년 기준)이라는 정원이 한국 외과의사의 수급을 대변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정부 비판에 치우진 외과의 지적에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전공의 문제에서 되짚어봐야 할 부분은 2000년도 의약분업 체결시 외과 전공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점차 감축하다 2004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여기에는 물론 번복된 주장을 받아들인 정부도 문제이나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선 병원계의 입장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박인석 팀장은 “이런 상황에서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자리가 없어 외과 전문의를 구하기 힘들다면 정원이 과다 책정됐다는 것”이라고 전망하고 “아니면, 힘든 수련과정과 근무환경 등 열악한 상황을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다”며 전공의 정원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의사들이 바라는 수가개선은 현실화될 수 있는 부분인가.
박인석 팀장은 한 마디로 ‘불가능하다’는 말로 답했다.
박 팀장은 “의료계도 알고 있듯이 수가 개선책은 크게 현재의 파이를 조정하는 것과 파이 자체를 늘리는 것 등 2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전자를 통해 외과 수가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타 진료과가 동의해야 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보험료 인상으로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인석 팀장은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외과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데 학계와 동일하다”이라고 전하고 “문제는 외과의 상대가치를 높게 책정한다고 현 의료인력 수급불균형이 해결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수가에 매몰된 외과의 시각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상대가치는 절대적 수준이 아니라 의료행위를 상대적으로 나눠 줄을 세운 것에 불과하다. 외과 수술이 다른 진료과 행위보다 1순위라고 해도 둘 간의 격차는 크지 않다”며 “지난해 신상대가치 조정에서 외과계의 위험도 반영이 논의된 바 있다. 시민단체의 반대도 있었지만 의협이 진료과간 조정 못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결국 부결됐다”고 전했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할 때“
현 상황에서 수가개선이 어렵다면 특별예산 책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인석 팀장은 “건강보험은 보험 예산만으로 운영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특수한 경우 국고 예산편성이 가능하나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풀 문제가 아니다”라며 건강보험 실무책임자로서의 고뇌를 내비쳤다.
결국, 박인석 팀장은 외과의 해답을 의료계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팀장은 “외과 전공의 기피 문제를 풀기 위해 수가를 ‘외과의사 월 1억원’으로 책정하면 국가 차원에서 바람직한 결정인지 모르겠다”며 “외과와 흉부외과 등 기피과목에 대한 수가를 어느 정도로 인상해야 할지 의료계 자체적인 논의와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팀장은 “수가 협상단체로 참여하는 시민단체는 재정중립을 요구하며 올려주는 행위나 진료과가 있으면 내리는 곳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하고 “외과의 진료수가를 올려야 한다는데는 이의가 없으나 수가정책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수가에 치우친 학계의 시각을 비판했다.
특히 박인석 팀장은 “학회와 의료계 모두 단순 비판과 투쟁으로 문제를 일삼지 말고 정확한 근거자료와 통계에 기인한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며 “외과의 어려운 상황을 의료계 내부에서 논의해 특정 부분에 대한 수가인상을 요구하면 충분히 수용·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가 의료현실에 대한 미래를 걱정한다면 육성해야 할 진료과를 책정해 어느 진료과에 무엇이, 얼마만큼 필요한지 등이 설정하는 내부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일례로 ‘한국의 분만비가 개 값만도 못하다’는 식의 현실을 무시한 비판과 비난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인석 팀장은 “외과 문제를 단순 수가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학회와 의료계가 정부에 대한 지원책을 당당히 요구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보험예산을 가지고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아니면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의료계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과천청사에 위치한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에서 가진 이날 인터뷰에서 박인석 팀장은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기자의 지속된 질문공세를 포용력 있게 답변하는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수가 인상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답답함을 표시해 수가 조정자로서의 어려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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