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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논란, 엎어치나 메치나

조형철
발행날짜: 2005-06-02 06:48:11
최근 의료소비자 시민연대가 의료사고를 규명하기 위해 의료기관내 '블랙박스' 개념의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의료기관내 CCTV 설치가 의사의 수술이나 진료를 감시하기 위한 수단인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에 대해 의료소비자시민연대는 CCTV 설치가 의료 종사자를 불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환자를 보호하자는 것이 그 본래의 취지라며 모 전문지를 통해 항변하고 있다.

주장을 요약하자면 현재 주차장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주차장의 차량과 인명에 관한 안전을 위함으로 여기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으로 병원내 CCTV를 설치하자는 것도 의료종사자를 불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환자를 보호하고, 몰상식한 행위가 두번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병원의 과실을 제대로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호간 책임여하를 명백히 가려내자는 취지에 동감하는 바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가 발표한 지난 5월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CCTV를 신생아실 뿐아니라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등에 설치를 의무화 하도록 이를 법제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연지사 의료사고의 과실여부를 밝혀내려면 수술실 등 CCTV 녹화내용을 분석해 의사가 환자 개복수술 때 가위를 넣고 봉합했다거나 등등의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환자측에서는 의사의 과실여부를 밝힐 간단하고도 용이한 방법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당사자들, 즉 의사의 시각은 좀 다르다.

한 외과전문의는 CCTV 설치 의무화 주장에 대해 "CCTV를 보고 자신의 수술에 대해 '이런 실은 왜 사용했냐, 저 곳은 왜 완전히 봉합치 않았느냐'는 등 환자들이 일일이 꼬투리를 잡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의료사고 소송으로 가지 않아도 될 소소한 일로도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동영상 촬영으로 인한 의사 인권침해 우려나 CCTV 설치비용 부담, 동영상의 유출가능성, 그 책임소재 등 여러 목소리가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을 펼치는 의사에게도 다소 비약적인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이와 같은 우려에 동료의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곧 죽어도 병원가서 죽으면 보상이 있다"란 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의사들은 의료사고에 노이로제가 걸려있고 환자들은 의사를 믿지못해 의료쇼핑 등이 일반화되고 있다.

결국 의사와 환자의 '라뽀' 즉 신뢰관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CCTV 설치 의무화는 의사에게 '감시'라는 의미로 다가오는 양면성을 지니게 된다.

환자를 위한 보호인가? 의사에 대한 감시인가? 이는 CCTV 의무화에 대한 해석을 놓고 각자의 시각에서 의견이 분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양면성을 가진 주장을 놓고 그것의 또다른 면이 가지는 의미를 무시한채 당사자들과의 논의없이 일방적 법안으로 추진된다면 이는 논쟁 속에서 사문화될 것이 뻔하다.

논점을 피해 목적만을 이루려는 얄팍한 시도는 언제나 실패하고 만다. CCTV가 가지는 양면성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가 결국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의료소비자들과 의료계가 CCTV가 가지는 서로간의 단면들에 대해 인정하고 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대화와 논의를 진행한다면 이번 주장이 단순 '커피잔 속의 회오리'가 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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