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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리더십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박경철
발행날짜: 2005-10-27 06:14:18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고요 : 군주가 현명하고 신하는 바르고 깨끗하여 각자 자기 소임을 다하면 나라가 깨끗해 집니다.

순 : 군주는 의식이 어두워 지략이 없고, 신하는 구차스럽고 게으르면 만사가 끝이라오.

군신간의 이 가시돋힌 짤막한 대화의 주인공은 중국최초의 국가인 하나라가 성립하기전에 전설속에 등장하는 삼황오제중 하나인 순 임금이 그의 신하 고요와 함께 나랏일을 의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 하본기)

또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하,은,주,진,한등 고대왕조의 흥망에 관해 지적하면서 하나의 공통된 특징으로 군주의 인격문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하 나라의 첫임금 우 (禹 기원전 2033- 1989 재위) 는 물길을 다스려 홍수문제를 해결한뒤 천자가 되었고 500년뒤 그의 자손 걸( 傑. ㄱ원전 1614- 1562 재위) 임금은 덕을 쌓는데 힘을 쓰지 않아 하나라를 멸망으로 이끌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 은나라의 탕왕 ( 湯 재위 기원전 1562- 15551)은 덕을 쌓으니 제후들이 그에게 몰려 은나라를 세울 수 있었고, 500년대에 탕왕의 자손 주 (柱 1099- 1066) 임금은 달기를 총애하고 주지육림에 빠져 밤새 마시고 놀며(長夜之飮) 가혹한 형벌을 일삼다가 백성의 불평과 원망을 사서 은나라를 멸망으로 이끌었다.

주나라 문왕은 (文王)은 남몰래 착한일을 하니 제후들의 추대를 받았고, 그의 아들 무왕(武王)은 초악한 주임금을 정벌하고 황제 자리에 올랐다, 그로부터 250년뒤 유왕(幽王)은 웃지않는 포사를 총애 했는데 그녀를 웃기려고 시도때도 없이봉화를 피우는 소동을 벌이다 정작 외적이 쳐들어 왔을때 모두들 또 장난인줄알고 아무도 거떨떠보지 않았다, 결국 유왕은 피살되고 주왕실은 무도 동쪽으로 피난가야 했다.

사기의 하본기, 은본기,주본기에 묘사된 흥망과 성쇠의 이치는 대체로 이와 같다.

이렇듯 통치자의 인격은 흥망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필자가 이대목에서 현 의협집행부의 행보를 떠올린다면 그것은 필자가 견강부회를 일삼는 것일까?

현 집행부는 폐쇄적 인사와 조직운영으로 하나라 걸임금처럼 반석위에 올려진 조직을 불신과 분열로 사분오열 시켰고, 은나라의 주 임금처럼 적절치 못한 행사를 남발하여 재정을 약화 시켰으며, 또 주나라 유임금처럼 걸핏하면 파업불사를 부르짖으며 실천에 옮기지 않음으로서 이제 어느 누구도 의사들의 투쟁의지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였다. ( 이제는 회원뿐 아니라 심지어 정부의 관료나 언론까지 드러내놓고 냉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뿐만 아니다.

물론 한 조직의 성쇠는 그 자체의 인간관계이기도 하지만, 그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정책의 타당성 여부 또한 흥망과 관계가 있다, 사기는 또한 이점에서 진나라의 멸망과 한나라의 융성을 대비하여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어 우리들의 눈길을 끈다.

진나라는 법가로 상징되는 강력한 통치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였으나 진시황이 죽고 통일왕조가 7년만에 멸망하는 전대미문의 비극을 겪지만 ,한나라는 성립되자마자 모든 법률을 폐하고 단지 3가지의 규범으로 나라를 다스렸음에도 무려 500년간이나 새로운 왕조를 이어가게된다, 즉 한나라와 조직의 융성과 멸망은 그것의 규율이나 법칙보다는 지도자와 구성원들이 사리사욕을 버리고 그조직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웅변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고대국가뿐 아니라 현대의 국가, 사회, 심지어 개인의 운명에도 다 같이 적용된다.

최근 의사협회는 기존 집행부의 지도력이 광범위한 불신을 받으면서 때아닌 선거열풍이 불고있다.

공식 비공식,자천 타천으로 회장 물망에 오르거나 출마를 선언한 사람이 벌써 여러명이고 그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의협회장선거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고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나쁘다고 볼 수 만은 없는 측면이 있다. 레임덕에 걸린 지도부를 교체하려는 구성원들이 기대치가 높으면, 그동안 분열된 의견들이 한데로 모이면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의협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연착륙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조직의 공익보다는 개인의 영달을 위한 자리로 변질되어버린 의협의 수장자리를 놓고 당사자들이 얼마나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점은 유감이다.

앞으로 의협의 리더가 되기를 뜻하는 분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자질과 현실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재 이나라 의사들이 더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지만, 그러한 결과는 앞서 주나라 유왕처럼 출발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총파업과 궐기, 그리고 지리멸렬한 후튀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시대착오적인 아젠다(정치세력화등)와 옹폐지국상야의 이치를 거스르며 인의 장막에 둘러쌓여 회원대중과의 공감대를 잃어버린 과오, 그리고 끝없이 제기되는 회계처리에 대한 일부회원들의 의혹에서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로 스스로 리더십을 상실하면서 자멸한 현 지도부의 책임과 무능에 대한 반성의 바탕위에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또 스스로는 스스로의 인격과 자질이 그에 합당하다는 당당함이 있어야 할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분들 중에는 정작부터 소위 차기를 노리고 내부의 분열을 부추기던 분, 또 허무맹랑한 이벤트로 회원을 상대로 사리사욕을 챙기거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던 분, 그리고 과거 실패한 지도부의 원죄를 계승하는 분들이 전면에있고, 또 그분들이 현재 의협의 차기 리더십을 자임하고 나선다는 점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앞으로 대한의사협회의 회장으로 나서려는 분들은 의협수장으로서의 명예를 지상의 것으로 여기면서 그것이 더이상 자신의 정치적 입신이나 사회적 영달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약속이 필요하고, 또 전임 지도부의 임기동안 이루어진 모든 행위적 절차들에 대해 철저한 규명의지와, 아울러 현재 우리가 처한 국면들에 대해 정치적 수사이상의 구체적 해결방안을 제시해야하며, 아울러 이것들이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었을 때는 그것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무한의 책임을 담보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만약 현재와 같은 시국에서 우리가 만약 정통성있는 리더쉽을 창출하는데 다시한번 실패한다면, 그때는 기존 조직을 허무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등장하지 않고서는 더이상은 통합의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동안의 불신과, 회의를 벗어버리고 전체 회원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현재 처한 난국을 정면 돌파 할 수 있는 강하고 현명한 리더쉽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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