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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살리고, 환수 당해" Vs "부당청구했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9-01-08 06:49:25

성모병원-복지부, 의학적 임의비급여 치열한 법정공방

170억여원에 달하는 진료비 환수 및 과징금 처분을 받은 가톨릭대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법정싸움이 시작됐다.

성모병원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성적으로 호소한 반면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성모병원이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부당징수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서울행정법원 제2행정부는 7일 오후 부당이득금환수 및 과징금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한 성모병원과 피고인 보건복지가족부 및 공단을 출석시킨 가운데 처음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원고, 피고 모두 포워포인트를 활용한 프리젠테이션 방식의 변론을 준비해 기선잡기에 나섰다.

재판부 역시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충분히 주장을 펼 것을 주문해 사건의 중대성을 실감케 했다.

먼저 증인으로 나온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조석구 교수는 “비급여처방을 하면 할수록 병원은 수익이 좋아진다고 주장하지만 치료재료와 약제비를 구입가격대로 청구하기 때문에 병원 수입과 무관하다”고 환기시켰다.

조 교수는 대표적인 의학적 임의비급여 사례를 몇 가지 소개했다.

성모병원은 만성골수단구성 진단을 받은 남자환자에게 통상적 수준의 치료가 불가능하자 2006년 1월 의학적 비급여로 글리벡 치료를 한 결과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지만 그해 12월 복지부 실사에서 부당진료로 적발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조 교수는 “과징금 처분을 받고 글리벡 치료를 할 수도, 그렇다고 중단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지만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과징금 처분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계속했다”면서 “복지부도 2008년 10월 성모병원의 요청을 수용해 이 질환에 대해 보험급여를 인정했다”고 환기시켰다.

조 교수는 재발성 림프종 환자를 살리기 위해 1회 주사에 2천만원이 들어가는 ‘제발린’을 프랑스 제약사로부터 무상지원 받아 치료한 사례도 발표했다.

병원은 ‘제발린’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맙테라주’ 투여가 불가피하자 환자 가족의 동의를 받아 약제비 280만원을 비급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환자는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진료비 환불 민원을 제기해 약값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았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급여기준을 초과해 불가피하게 의학적 비급여했지만 이 역시 부당청구로 결론이 났다”면서 “병 고치고, 진료비를 돌려받는 사태가 초래되고 있는데 추후 유사한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은 진료를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특히 성모병원은 프리젠테이션 중간에 골수검사수가에 포함된 재활용 바늘 대신 비급여인 1회용 바늘을 사용하는 이유를 재판부에게 설명하기 위해 재활용 바늘로 골수검사를 받는 소아환자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겪는지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이 동영상은 과거 TV에 방영된 것으로, 소아환자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터져나오자 법정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성모병원 변호사는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비급여를 금지할 당위성은 없으며, 만약 함부로 법령상 금지된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의료기관의 재산권뿐만 아니라 환자의 생명권, 건강권, 수진권까지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변호인단은 성모병원의 부당청구 유형별 과징금 처분의 정당성을 제시하면서 원고의 주장을 반박했다.

피고 측 변호인단은 “성모병원은 심평원의 심사 과정에서 삭감될 것을 우려해 환자에게 본인부담금 외에 공단 부담금까지 모두 징수한 사례가 부당청구 유형중 가장 많다”면서 “원고 스스로 기준 금액 이상을 환자에게 청구한 것은 의학적 정당성을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반론을 폈다.

피고 측은 별도산정 불가항목에 대해서도 원고와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변호인단은 “수가에 포함된 치료재료대를 별도로 징수하는 행위는 건강보험법 위반”이라면서 “이는 의학적 타당성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새로운 치료기술이 나온다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가를 개선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환자로부터 비용을 징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고 측 변호인단은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비를 별도 징수한 것 역시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라 하더라도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용이 가능하지만 원고는 급여기준을 임의로 이탈해 환자에게 투여했다”면서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피고 측은 복지부가 성모병원 실사후 임의비급여 약제 37개 가운데 12개 의 급여기준을 변경했지만 11개에 대해서는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원고 변호인단은 “피고는 성모병원이 마치 요양급여 약제비를 공단에 청구하지 않고 환자에게 받았다며 사기를 친 것처럼 주장하지만 점검한 결과 대부분이 급여기준 초과분이나 다를 바 없었다”며 설전을 벌였다.

성모병원은 지난 2006년 12월 백혈병환우회가 임의비급여 실태를 폭로한 이후 복지부 실사를 받고 28억여원 환수, 141억여원 과징금 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서울행정법원은 앞으로 몇차례 더 변론을 진행한 후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어서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이종욱 교수를 포함해 10여명의 교수들이 방청석에 앉아 변론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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