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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간 사람들

안용항
발행날짜: 2009-11-03 09:05:01

안용항 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원장

28일 의사협회 회장 등이 신종 플루 대처에 대한 견해를 언론에 밝혔다. 견해 발표 동영상의 일문일답을 보면 아마추어 냄새가 풀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서 전문가로서의 목소리를 낸 것은 가상해 보이기도 한다.

이 언론 발표에 대해 분개한 복지부 관료가 언론에서 한 말이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관료의 말에 의사협회의 현 집행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의사들마저 격분하여 관료를 비판하는 글을 의사 내부통신에 올리기도 하였다.

의사협회의 신종 플루 대책 발표 내용이 전문적 지식도 없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마련한 대책이라서 복지부 관료가 분개한 것일까? 아니면 하늘같이 모셔야할 복지부에 ‘감히’ 대들었다고 생각하는 관료의식에서 나온 것일까?

문제가 된 의사협회의 발표문을 보면 중증 환자는 거점병원이 담당하고 일차의료기관은 경증 환자 담당, 항바이러스 병의원 내 한시적 조제허용, 학교의 휴교조치, 보건소의 신종 플루 집중, 정부의 합동점검반에 의사 참여, 검정되지 않는 플루 치료제 단속을 말하고 있다.

보통의 의사라면 누구라도 동일하게 주장할 내용들일 뿐 특별히 이상한 내용들이 아니다. 즉 의사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내용인 것이다. 너무나 평범한 사실에만 치중한 나머지 복지부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관료들의 소중한(?) 체면을 깎았을 수도 있다. 의협은 의료문제에 있어서 항상 복지부 관료 뒤에 있어야 하는데 눈치 없는 바보처럼 복지부 관료 앞에서 입바른 소리를 해버린 것일까?

민주주의 사회를 표명하는 한국에서는 누구라도 ‘사실에 근거한 내용’이라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더군다나 전문가 집단은 단순히 사실을 표명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표명해야할 ‘책무’까지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종 플루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해당 전문가 집단이 아무른 걱정 없이 가만히 엎드려있다는 것이 오히려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할 판이다.

의사협회의 대책 안이 정말 문제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구체적 내용으로 잘못된 점을 복지부가 반박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관료는 구체적 내용은 지적하지 않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는 협박성 발언만을 남긴 것이다.

이쯤 되면 누가 정신 나간 사람들인지 다시 되돌아보아야 한다. 민주 시민의 역할을 다하려는 사람들이 정신 나간 사람들인지 아니면 권력의 힘으로 은근한 협박성 발언을 언론에 남기는 사람들이 정신 나간 사람들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복지부가 항바이러스를 확보할 예산이 부족해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축용 항바이러스제를 마구 풀어 버리는 조치는 아주 다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렇게 다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로 하여금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관료적 모습이 지난 수개월동안 반복되어온 신종 플루 정책에서 나타난다.

전문가들이 항바이러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이야기할 때 못들은 척하며 사용을 금지시켜 왔고 좀 더 적극적으로 신종 플루 검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할 때 거점 병원으로 검사가 몰리게 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일선 의사들의 목소리와 거리가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항상 한 발짝 늦은 느낌이 나는 조치를 해온 것이다.

이제라도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무조건 비난하기 보다는 힘을 모아서 관료주의적 의식으로 찍어 누르기 방식을 버리고 전문가와 의논하는 방법을 선택해야한다. 그래야 서로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는 비난도 하지 않을 것이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명령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문가와 의논하는 방식으로 신종 플루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복지부와 전문가 집단의 이러한 갈등은 상호 신뢰에 치명적인 역할을 한다. 그 좋은 예가 복지부가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진료비 삭감의 고통을 오래 동안 겪어온 의사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복지부와 전문가 집단의 상호 신뢰는 강압적 관료적 의료정책이 난무하는 곳에서 형성되기 힘들다. 서로를 인정하는 상황에서야 비로소 신뢰가 생기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정상적 대화 창구가 열려야 한다. 지금처럼 대화 창구가 없거나 아무른 실효가 없는 형식적 대화 창구만 열어둔다면 이번과 같이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신종 플루 사태를 기회로 복지부는 강압적 의료정책에서 대화 가능한 의료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

* 본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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