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처방약제비 환수사건 소송과 관련, 병원이 최선의 치료를 위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는 한 공단이 진료비를 환수할 수 있다고 서울고법이 판결하자 1심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 12부는 당초 지난 6일 세브란스병원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소송 최종변론을 진행한 후 판결을 선고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돌연 변론기일을 내달 18일로 연기하자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세브란스병원 약제비 소송에 대해 지난 4월 판결을 내리기로 했지만 서울대병원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기 위해 수차례 기일을 변경해 온 상태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측은 9일 “지난 8월 서울대병원의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사건에 대한 서울고법의 판결 이후 1심 재판부가 어떻게 심리를 진행할지 상당히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사정은 병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핵심은 요양기관이 최선의 치료를 위해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을 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는 한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요양급여기준은 강행규정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의사에게 최선의 진료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 요양급여기준을 어긴 원외처방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아니며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입증책임이 병원에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서울대병원이 공단으로부터 환불을 요구한 41억여원 중 비록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했지만 의학적 정당성을 입증한 5건의 약제비 18만6710원에 대해서는 환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제외한 나머지 원외처방에 대해서는 변론 과정에서 의학적 정당성을 따지지 않은 채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의 판결후 세브란스병원사건의 핵심쟁점도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의 의학적 정당성을 누가, 어떻게 입증하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심평원의 심사조정이 일응 합리적이고, 심사조정 사유를 의료기관에 통보하고 있어 세브란스병원이 의학적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세브란스병원 대리인인 현두륜(대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단은 세브란스병원이 언제, 어느 환자의 약 처방이, 어떤 급여기준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심평원이 제출한 각 환자별 환수금액만 제시해 의학적 정당성을 따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현두륜 변호사는 “세브란스병원 원외처방약제비사건과 관련된 처방건수가 10만건에 달하는데 서울고법 판결대로 한다면 개별 처방의 의학적 정당성을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면서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세브란스병원사건을 포함해 1심 재판에 계류중인 원외처방약제비소송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두륜 변호사는 “약제비소송을 제기한 다른 병원들도 어떻게 소송에 대응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어 내달 세브란스병원 재판을 참관해 재판부가 어떻게 사건 심리를 해 나갈지 파악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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