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달동네 판자촌 마을의 주치의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무료진료는 물론 양육비·생계비·장학금 지원 등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한 ‘파란 눈의 의사’ 전진상 의원 배현정(본명 마리헬렌 브라쇠르·63) 원장이 아산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25일 오후 2시 아산교육연구관에서 제21회 아산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날 대상인 아산상을 비롯해 의료봉사상, 사회봉사상,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청년봉사상, 효행가족상, 다문화가정상, 특별상 총 9개 부문을 시상한다. 총 상금은 4억 5천만원이다.
대상 수상자인 배 원장은 벨기에 출신 간호사로 봉사단체인 국제가톨릭형제회에 입회한 후 1972년 당시 경제적으로 열악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에 파견돼 우리나라와 첫 인연을 맺었다.
입국 후 배 원장은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으로 1975년 주민 4만 5천여 명이 밀집한 서울 시흥동 판자촌 지역에 정착했다.
배 원장은 질병과 빈곤이 악순환 되는 환자들의 어려운 생활환경과 가족들의 고통까지도 함께 치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판자촌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 병원과 약국, 복지관을 결합한 ‘전진상 가정복지센터’를 설립했다.
특히 무료진료소 개원 초에는 주민 대다수가 의료보험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주말에는 의료봉사자의 도움으로 무료진료소를 운영하고, 주중에는 간호사로서 말기암 환자 등 가정을 방문해 월 평균 1천 5백명의 환자들을 간호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배 원장은 이렇게 의료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무료진료소를 운영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본인이 직접 1981년 중앙의대에 편입, 1985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까지 취득했다.
그후 배 원장은 병원 건물을 증축 확장한 1990년부터 현재까지 약 35만명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의료 혜택을 선물한 가족 같은 의사로 남아 있다.
배 원장은 “의사가 집으로 찾아가 환자를 돌보는 것은 기본”이라면서 “환자의 환경을 알아야 그 병의 근본적인 치료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배 원장은 환자가 오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작성하는 것이 바로 가계도를 파악하는 상담일지이다.
매달 1천명 이상의 이웃들을 진료하면서 상담 결과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2백여 명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고 있으며, 매주 목요일에는 병원 진료는 접고 저소득층 환자 50여명을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무료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특히 소외되고 병들어 고통 받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적게나마 매달 생계비와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매년 학생 5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료 유치원과 공부방을 운영하는 등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해 왔다.
배 원장은 “봉사자 여러분이 함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온전한 자아봉헌, 참다운 사랑, 끊임없는 기쁨의 정신에 따라 제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봉사상에는 일반 치과병원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층 중증장애인들에게 저렴하고 편리하게 치과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 치과진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장애인 무료 치과 진료봉사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 온 재단법인 스마일(이사장, 김우성)이 선정됐다.
아산상은 1989년 재단 설립자인 아산 정주영 초대 이사장의 뜻에 따라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해왔거나 효행을 실천해온 개인이나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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