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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제약사 의사 개인정보 수집, 소름 돋는다"

박진규
발행날짜: 2009-11-24 06:50:07

리베이트 문건 유출 파동 충남지역 개원의들 '펄쩍'

국내 유명제약사 대전지점 영업 문서 누출 등 잇따른 리베이트 이슈가 의사들 사이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정부의 리베이트 적발 품목의 약가 직권 인하 고시 이후에도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리베이트 의심 사례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문서 유출, 검찰의 전남대병원 교수 소환조사, 줄잇는 익명 제보 등 최근 분위기는 제2의 리베이트 파동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의사들의 반응은 여러 갈래였다.

당장 제약사 문건유출 사태에 대해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동안 시장에서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였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서에 이름이 올라 있는 L 원장은 "PMS 해달라고 해서 응한 것 뿐 이 회사와 어떠한 형태로도 음성적 거래를 한 적이 없고 처방하는 약도 별로 없다"며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화가 치밀 따름"이라고 말했다.

S원장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개인정보를 만들어 관리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을 정도다. 더 이상 언급하고싶지 않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문서에 리베이트에 거부감이 많은 의사로 분류된 P 원장은 "자기네 고혈압 약을 처방하고 매월 처방통계를 넘겨주면 20%를 인센티브로 주겠다는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비교적 깨끗하게 영업하는 회사인줄 알았는데,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언성을 높였다.

수도권에서 내과를 개원하고 있는 L원장도 "그런 회사인줄 몰랐다. 대단히 의외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리베이트 익명고발이 잇따르고 제약협회 등이 리베이트 근절 방안으로 쌍벌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의사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참에 리베이트의 개념에 대해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국내 제약회사들은 실거래가상환제 도입 이후 큰돈을 벌었다. 그러다보니 돈에 욕심이 더 생겨 쌍벌죄를 자꾸 끌고나오면서 리베이트도 안주겠다는 식인 것 같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시도의사회장은 "나는 리베이트란 말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인센티브라고 해야 마땅하다"라며 "자꾸 나쁜 쪽으로 몰아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해 리베이트로 들어가는 돈이 개인병원 5000억원, 종합병원 5000억원, 배달사고 5000억원 등 도합 1조5000억원이라고 한다. 결국 의사들이 받는 돈은 1조원 안팎이다. 배달사고도 엄청나다는 얘기다"라며 "리베이트를 막기 위해서는 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러 주장 가운데 정부의 리베이트 적발 품목의 약가 직권인하 고시 이전의 리베이트 이슈를 문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눈길을 끈다.

의사협회 고위 간부는 "L제약 건만 보더라도 2007~2008년에 작성된 문건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자유로울 수 있는 제약사는 없다. 과거 문제를 자꾸 뒤지면 뒤질수록 오래된 쓰레기만 나온다"며 "과감하게 덮고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병원 의사들은 과거보다 리베이트가 많이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S병원 고위관계자는 "요즘은 예전처럼 대놓고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 에서 너무 침소봉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병원 또 다른 고위 간부도 "과도한 인센티브는 문제가 되겠지만 일정 부분 그런 부분이 있는 것은 세상의 이치다"라며 "제약회사 돈으로 술 마시고 청구하고 그랬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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