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약사들의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공정경쟁규약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규약 자체가 국내제약사 입장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상대 입장인 다국적제약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자사제품설명회 관련 부분이다.
규약안을 보면, 자사제품설명회는 동일 의료인 참석 횟수, 장소, 그리고 해외 학회 참가지원자의 조건 등을 세세하게 제한하고 규제했다.
예를 들어 동일 의료인의 참석 횟수는 제품의 효능·유효성·안전성 등에 있어 중요한 변화가 생긴 경우를 제외하고는 1회로 제한했다. 제품설명회를 악용한 리베이트가 빈번했다는 것이 공정경쟁거래위원회의 설명.
다국적 A사 관계자는 5일 "(정부가) 제품설명회를 단지 리베이트 행위로 단정짓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제네릭 위주의 국내사와는 달리) 다국적사는 제품을 출시하고도 비교 임상 등을 통해 나온 최신 정보를 수시로 의사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제품설명회 횟수 제한이 생기면서, 최신 정보를 의사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 지 고민"이라며 "제네릭 위주의 국내사를 배려한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다국적 B사 관계자도 "시판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각종 임상시험정보 등이 충분한 시간을 거쳐 전달되야 한다"며 "이들 모두를 단 한차례에 설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제품설명회를 금지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다국적 C사 관계자는 "국내에 시판되지 않은 최신 약물 정보를 의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원천적인 통로를 차단한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의 규약으로 인한 자체 징계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불만사항.
규약 자체가 공정위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체 조사로 인한 내부 징계 등의 처벌은 별도의 조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KRPIA는 지난 12월 자사제품설명회 횟수 제한 규정 등 일부 조항에 거부하며, 공정위 개정안 심의를 거부한 바 있다. 당시 한국제약협회만 규약 승인을 받았다.
다국적 D사 관계자는 "양대협회의 자체 규약이 거의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자체 징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규약 심사를 철회한 KRPIA에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라며 "다국적사는 각사의 통일된 본사 규정에 따르고 있어 (새 규약보다) 엄격하면 엄격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불평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규약이 시행됐지만,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가 받아들이는 자세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국내 복수의 관계자는 "규약이 시행됐지만, 영업사원들에게 별도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적극적인 액션은 취하고 있지 않다"며 "사실 제네릭 위주의 국내사는 제품설명회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규약 전과 동일하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복수의 다국적 관계자는 "규약 자체가 다국적사에 제한을 주는 조항이 많아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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