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오늘(12일) 입법예고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은 '공공의료'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수정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2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법 전부개정안은 공공의료를 '소유'의 개념이 아닌 '역할'의 개념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공공보건의료법은 공공의료의 정의를 '국공립 의료기관이 국민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행하는 일체의 행동'이라고 규정한 반면 개정안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편적인 의료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활동'으로 변경했다.
대상 역시 국공립 의료기관에서 민간의료기관까지 확대하고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에 없던 공공의료의 영역을 ▲의료취약지의 해소 ▲의료취약계층의 의료보장 ▲필수보건의료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분야의 해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필요한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에 관한 사업 등으로 한정한 것도 주목할 부분.
이번 전부개정안과 같이 공공의료 개념을 소유에서 역할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의료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경우 공공의료 확충 30%를 공약으로 내걸고, 공공의료의 정의을 '소유'의 개념으로 분명히 규정지어왔다.
그러나 이명박 출범 이후 공공의료 개념에 대한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복지부는 지난 2009년 국립대병원 중심 사업으로 추진하던 신생아집중치료센터, 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 등에 사립대병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히는 등 민간의료기관에 공공의료의 역할을 분배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공공보건의료법 전부 개정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수혜를 입었던 국공립의료기관들은 앞으로는 민간의료기관과 정부 지원을 놓고 경쟁하는 사태를 우려하게 됐고,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복지부가 공공의료의 정의를 기존의 소유 개념이 아닌 역할 개념으로 바꾼 것이, 결국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의 정부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공공의료 영역을 취약계층 등 일부로 한정한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의료계가 주장하는 공공의료의 개념을 복지부가 수용했다"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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