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 대한의학회장은 우리나라 의학발전을 이끌고 있는 선봉장이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의학회는 회원 학회만 146개에 달한다.
김 회장은 "한국의 의학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이제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해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면서 "그러나 불합리한 제도가 우리 의학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제약협회가 마련한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은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교정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공정경쟁규약은 학술대회를 비롯한 의학과 의료의 발전을 위한 학술활동을 제약하는 조항이 많다. 나쁜 목적의 리베이트는 근절되어야 하지만 학술활동에 대한 지원마저 끊어버리면 안된다. 학회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유치한 국제학술대회마저 위협받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공정경쟁규약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TF에 대해 "회원 학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와 접촉하는 등 대안 마련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했다.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비난하기 보다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복지부와 공정위를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메디칼타임즈 창간 7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공정경쟁규약 등 당면한 현안에 대한 해법과 회원학회의 국제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지난 4월 1일자로 새 공정경쟁규약이 발효되고 리베이트 쌍벌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학회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지난달 14일 성명에서 밝힌 대로 학술대회를 비롯한 의학과 의료의 발전을 위한 학술활동에 관한 사항까지 무분별하게 포함된 것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 나쁜 의미의 리베이트는 근절되어야 하지만 학술활동 지원까지 막으면 안된다. 학술활동과 의약품의 유통질서를 무분별하게 관련짓는 것은 규제 위주의 편의적인 발상이다. 리베이트 근절책은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공정경쟁규약과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면 학술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를 설득할 만한 논리가 있는가.
"이윤성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해 논리 개발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8월이 가기 전에 26개 전문과목 학회, 19개 기초의학회 등과 의견수렴의 기회를 가질 것이다. 또 미국 등 선진국과 제약협회의 규약을 참고해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 그것을 갖고 정부와 유관단체를 만나 설득할 것이다. 이미 공정위, 복지부 등과 접촉했는데 그쪽도 학술활동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확인했다. 대안을 내놓으면 수렴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이제 학회들도 변해야 하지 않겠는가.
"학술대회를 축소 또는 통합해야 학회도 제약사도 부담이 줄어든다. 이미 많은 학회들이 학술대회를 연 2회에서 1회로 축소하고 관련 학회들끼리 연합해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최근에는 세부전문 학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개별적으로 활동하기 보다는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올해로 18회째 이어오고 있는 기초의학학술대회가 그 좋은 모델이다."
-세부전문의 얘기나 나왔는데, '인정의' '인증의'가 남발되는 등 매우 혼란스런 상황이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여기저기 우후죽순 새겨나고 있다. 제재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학술대회에 한두 번 참가하면 자격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자정 안되면 정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정리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취임 이후 학회의 국제화와 레벨 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의학회는 대외적으로 의학계를 대표하는 학술단체다. 공식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대한의학회지)의 발행주기를 월1회로 조정하고 수준을 높여 우수 논문의 해외유출을 막고 있다. 또 회원학회의 레벨업과 국제화를 돕기 위해 학회 임원아카데미를 1회에서 7회로 늘려 학회지 국제화와 SCI 등재, 국제학회 유치, 국제학회 대표 참가 등의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개원가는 의학회가 교수와 봉직의, 그리고 전공의를 위한 단체라는 인식이 뿌리깊다. 개원의들을 위해 어떤 배려를 하고 있나.
"의료계 단체들을 보면 영역이 너무 뚜렷하다. 의협은 개원가 단체, 병협은 경영자들의 모임이 됐다. 의학회도 봉직의와 전공의를 위한 단체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개원의 출신 상임이사를 영입하고 e-뉴스레터를 만들어 발송하고 있다. 뉴스레터에 개원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료계가 매우 혼란스럽다. 의료계 원로로써 문제점을 진단한다면.
"걱정이다. 문제 발단은 소통의 단절이다. 중추단체인 의사협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데 몇몇 상임이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등용하고 항상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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