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시행된 의약분업이 올해로 10년이 됐다. 5차에 걸친 의료계의 파업 등 우여곡절 속에 시작된 의약분업의 여파는 아직도 한국의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전히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으며, 의정간에 생긴 감정의 골은 한국의료의 발전을 위한 소통을 막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10년이 된 의약분업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한국의료가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출발점에 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의약분업은 한국의료 패러다임 전환
(2) 의약분업 문제점과 정당한 평가 (3) 한국의료, 다시 출발점에 서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한국의 보건의료정책은 새로운 제도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복지부는 의약분업을 통해 의사와 약사의 전문성이 확립되고 처방전 발행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강화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의료계는 의사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의약분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됐다며 정책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이라는 보건의료 틀에서 의약분업을 바라보면서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손질해 나가겠다는 원칙을 지속하고 있다.
의약품정책과 김충환 과장은 "의약분업 평가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건강보험 30년 평가속에서 의약분업도 손질한 부분이 있으면 하겠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의약분업 평가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재희 장관이 최근 의료계 행사장에서 누누히 천명해 온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이라는 정책방향에 모든 것이 녹아있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정책기조 후폭풍 우려
보장성 강화와 지불제도 개편 및 지출구조 합리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추진방향을 설정해 놓고 있어 의약분업 평가가 자칫 현 정책기조를 뒤흔드는 후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내재되어 있다.
신포괄수가제와 총액계약제 등 언급된 지불제도 개편 방향만 보더라도 보건의료계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의약분업 재검토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총액계약제의 경우,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형국이나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지출 추세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정부가 언제라도 다시 끄집어낼 수 있는 견제용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인 일산병원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은 현 수가체계의 대폭적인 개편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건강보험 파이를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신포괄수가제 시행은 ‘백약이 무효’인 것과 같다”면서 “건보재정 합리화라는 명목으로 의료기관을 쥐어짜는 방식을 되풀이 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재정 합리화 명목 쥐어짜기 문제있다"
복지부가 이같은 지불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데에는 노인의료비 급증과 현행 업무체계의 한계가 임박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박사는 “정부도 고령화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다”면서 “요양기관 청구건수가 과거 4억건에서 12억~13억건으로 급증했고 조만간 20억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현 심사평가 인력으로는 더이상 행위별 수가를 지속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불제도 개편 방향이 현 제도의 문제점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의약분업 평가에 소극적인 복지부의 양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약분업이 10년 지난 현재까지 의약품 오남용과 국민의료비 절감 목표는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임의·불법조제 그리고 항생제 처방률 감소와 상반된 생산량 증가 등의 문제점을 제외하더라도 비급여 확대와 동네의원 및 동네약국 쇠퇴는 의약분업 제도를 일부 손질하는 선에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의협 송우철 총무이사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의료기관은 말살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건강 차원의 거시적인 안목에서 의약분업을 평가하고 제도의 미비점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약분업으로 파생된 문제점을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홍춘택 위원은 “의약분업 이후 주치의 제도 도입과 의료전달체계 정립, 건보지출 구조 개혁 등 많은 과제들이 10년 전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하고 “의약분업 정착과 남은 과제의 실현은 보건의료 개혁과제를 현실화하는 과정에 포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평가 반대할 이유 없다...선입관 버려야"
분명한 사실은 정부와 의료계간 신뢰 회복이 복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부가 주장하는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박사는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의약분업 평가 자체를 정부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평가방법이 정당하다면 결과를 토대로 제도를 수정보완해야 한다”며 복지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어느 한쪽의 희생을 담보한 의료정책은 과거처럼 합의문에 도장찍는 형식이 통용되지 않을 뿐더러 더이상 차용해도 안된다.
의약분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국민과 의료계, 정부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는 합리적인 건강보험 지출구조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지난 10년 세월이 들려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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