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상위 제약사들이 자신들의 명성에 걸맞는 몸집(외형) 유지를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합성 신약 고갈 등으로 그간 풍부했던 신규 제네릭 시장이 굳게 닫혔고, 엎친데 격친 격으로 정부의 약제비 절감을 위한 규제 정책이 연이어 나오면서 타 사 제품을 이용한 마케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
한마디로 이름 값은 해야겠고, 신규 먹거리는 여의치 않으니 생겨난 고육지책인 셈이다.
상황이 이러자, 눈치 빠른 상위제약사들은 기업간 제휴, 품목 제휴 등으로 살길을 찾고 있다. 녹십자가 지난 6일 발표한 한 중소제약사의 일반약 업무협약도 이런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녹십자는 삼일제약의 무좀약 '티어실원스'와 인공눈물 '아이투오'의 판매와 유통을 맡기로 했다. 대신 중소제약사가 갖지 못한 막강한 영업력을 제공키로 했다.
이 회사 OTC본부장 원명재 상무는 "이번 업무협약으로 9천여 약국 직거래처를 자랑하는 녹십자의 막강한 영업조직과 삼일제약의 우수 의약품이 결합, 매출 증대 등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 상무는 "향후 업무협약 품목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 회사는 앞선 4월에도 국내 상위제약사인 LG생명과학과 의약품 판매 유통 전반에 관련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간 특정 품목에 대한 제약사간 공동마케팅은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영업과 판매, 물류에 대한 포괄적 업무제휴는 이례적인 일이다.
상위제약사들의 이같은 사례는 최근 1년새 봇물을 이뤘다.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업계 부동의 1위 동아제약과 세계적 기업 GSK와의 전략적 제휴.
동아는 제휴를 통해 이미 GSK의 대형품목 '헵세라'·'제픽스'(B형간염치료제), '아반디아'(당뇨병치료제), '아보다트'(전립선비대증치료제) 등 4품목을 자사의 의원급 유통채널을 통해 팔고 있다.
증권가는 4품목에 대한 단기적 효과로 동아가 얻을 이익을 500억원 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니, 동아의 매출 증대는 앞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밖에 '도입신약'의 대명사 대웅제약은 지난 3월 베링거인겔하임의 대표 OTC 7품목에 대해 국내 영업 및 유통을 도맡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유한양행은 지난해 12월 한국UCB제약의 주요품목을 올해부터 5년간 독점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도 작년 5월 GSK와 호흡기(세레타이드) 및 알레르기분야(아바미스와 후릭소나제) 등 3개 품목에 대한 국내 공동마케팅 계약을 체결했고, 앞선 2월에는 다국적사 MSD와의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국내 최상위 제약사 한 임원은 "자체 경쟁력보다는 외부 힘을 빌려 회사를 키우려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국내 제약산업은 신약 개발을 위해 먼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의 규모가 실현돼야 R&D 투자도 힘있게 추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국내 상위제약사 관계자도 "명성을 유지하려면 적당한 보험을 들고 가야 외형 유지를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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