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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종료 D-5…마지막 주사위는 던져졌다

장종원
발행날짜: 2010-10-14 06:50:09

'패널티 반영된 가이드라인' 제시…의약단체 선택은?

건보공단 수가협상팀이 재정운영위원회로부터 수가 가이드라인을 제시받음에 따라, 내년도 수가인상률 결정을 위한 건보공단과 의약단체간의 수가협상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협상만료일인 18일까지 5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패널티를 반영한 수가 가이드라인'와 '부대합의'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더해져 올해 수가협상은 어느해보다 순탄치 않아 보인다.

"패널티 반영한 수가가이드라인+부대조건"

건보공단과 의약단체의 수가협상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수가협상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정하느냐이다. 의약단체가 '불공정 협상'이라고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매년 수가인상률은 수가협상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정해져왔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지난 13일 소위원회를 열어, 수가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논의해 공단 협상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의 특징은 '약품비 절감 실패에 따른 패널티'를 반영한 수가인상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의·병협이 약속한 약품비 절감 목표에 따른 수가 가감산은 수가협상 이후 건정심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수가협상과는 큰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의약단체로서는 패널티로 인한 수가감산을 협상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공단 역시 이를 감안해 수가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고 가이드라인도 그렇게 제시됐다.

현재 가이드라인 수치에 대해서는 재정위가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패널티를 포함해 총액기준 2%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2011년 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누적수지를 1조원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가정아래 수가를 총액 1.89%(작년 공단이 의약단체에 제시한 평균 인상률) 인상했을 경우 건강보험료는 6% 인상이 필요하다. 수가인상률 총액 2%를 넘어서려면 보험료의 대폭적인 인상이 불가피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수희 장관의 내년도 보험료율 6% 인상 발언, 매년 수가인상률이 총액으로 2% 내외인점 등도 이 같은 수가가이드라인을 추측케 하는 배경이다. 이 수준의 가이드라인이라면 약품비 모니터링 결과에 따른 패널티가 상당하기 때문에 의약단체에 제시하는 수가인상률 수치는 예년보다 높을 수 있다.

재정운영위원회는 또 수가가이드라인에 '부대합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의료공급자의 경영수지에 대한 공동연구 혹은 총액예산제 도입, 약품비 절감 등 부대조건을 바탕으로 수가협상을 진행하라는 것이다.

재정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서 수가인상률은 공단이 의약단체를 상대로 협상할 여지가 있도록 보장해 준 대신, 부대합의를 요구한 것"이라면서 "부대합의 제시 여부를 오는 15일 소위를 다시 열어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병협 약품비 절감 실패…1% 이상 인하"

의·병협은 앞서 언급했듯이 모두 약품비 절감에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의·병협 모두 약품비 절감 실패로 인해 1% 이상 수가 인하 요인이 있다.

약품비 절감 4000억 목표를 달성하려면 의원과 병원은 각각 전년대비 6%, 7.7%(추정치)의 약품비 증가율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의원과 병원 모두 10%를 상회하는 약품비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단체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는 등 약품비 절감을 위해 노력을 했으나 진료량이 늘어나는데 따른 약품비 증가를 막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약품비 절감에 따른 패널티가 상당하다는 점은 의·병협 수가협상의 가장 큰 악재가 될 전망이다. 패널티를 감안해 협상을 하더라도 지난해보다 높은 수가를 받기는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수가계약이 결렬돼 건정심으로 갈 경우 의협과 병협은 2.7%, 1,2%를 기준으로 약품비 절감 실패에 따른 패널티를 받게 된다. 그러면 의협은 1%대, 병협은 사실상 수가가 제로이거나 마이너스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약품비 절감 실패에 따른 패널티에 대해 유보해 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올해의 경우 리베이트 쌍벌제 등의 외부요인으로 약품비 절감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그러나 패널티 유예나 파기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복지부 최영현 건강보험정책관은 재정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약품비 절감 부대합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약단체 "명분이냐 현실이냐" 선택의 기로에

2011년 수가를 결정하기 위한 공단과 의약단체의 협상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은 공단과 병협의 협상 모습>
오늘(14일)부터 치과의사협회, 약사회, 병원협회 수가협상에서는 각 단체와 공단이 희망하는 수가인상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가협상의 마지막은 공단과 각 단체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수가협상에서는 절대 인상률 만큼 상대 인상률이 중요하다.

공단의 환산지수 연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진료비 증가률 순서인 병원, 치과, 약국, 의원, 한방 순서가 역으로 수가인상률에 반영될 수 있다. 약국의 경우에는 금융비용 인정으로 인해 수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

의·병협이 이번 수가협상에 자율타결할지 주목된다. 병협의 경우 지난해 약품비 절감 조건을 받아들여 상당한 내홍을 겪은 터라 올해 수가협상 결과에 대한 부담이 더하다는 후문이다.

공단의 경우 건정심에서 의·병협이 받을 2.7%, 1.2%보다 높은 수가인상률을 최종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3%선, 병협은 1%대 중반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약품비 절감 패널티를 반영하면 실질 수가인상률은 작년보다 낮다.

지난해 수가협상을 포기하고 건정심을 택했던 의·병협은 올해도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정심을 택할 경우 받을 수가인상률이 사실상 결정된 상황이라는 점이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등도 의·병협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약품비 패널티를 고려하겠다는 공단의 의도가 의·병협의 약품비 절감 실패를 보전해준다는 의미로 읽힌다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 수가협상은 많은 변수로 인해 어느해보다 어려운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단, 의약단체 모두 "올해 수가협상은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공급자와 건보공단이 자율적으로 수가협상에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이 5일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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