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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북대병원 교수에게 돌을 던지랴"

안창욱
발행날짜: 2010-12-10 06:48:23

쥐꼬리만한 의국비로 과 운영 불가능…쌍벌제 대책 시급

|분석| 전북대병원 교수 입건

전북대병원 모교수가 해당 과 전임의로부터 의국비를 강제 모금해 경찰 수사를 받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열악한 의국 환경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의사 등에 대한 제약사의 지원이 사실상 금지됐지만 병원이 의국에 지원하는 예산으로는 이런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점에서 의국 운영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전북대병원 A교수가 불구속 입건된 사건과 관련,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해당 병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A교수가 지난해 주임교수 직위를 이용해 제자인 신경외과 전임의 2명에게 의국비 명목으로 8차례에 걸쳐 4천만원을 받아 가로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A교수가 의국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착복한 게 아니다"면서 "의국비로 사용하기 위해 통장에 넣어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전임의가 다른 병원에 파견되면 급여를 많이 받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일정액을 의국비 형태로 받았고, 이 돈은 과장 개인의 통장이 아닌 의국 통장에 입급해 관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임의가 자발적으로 의국 후원금을 낸 게 아니라 반 강제적으로 기부를 강요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목할 대목은 병원이 예산 지원하는 의국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이런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한 진료과에 근무하는 의국원이 한두명이 아니지만 병원에서 지원하는 의국비로는 의국 회식비나 교수, 전공의 등이 국내외 학회에 참석하는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에서 예산으로 책정된 비용만으로는 의국을 운영할 수 없다보니 이런 악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들은 의국비를 대폭 현실화해 제약사나 외부에 손을 내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대학병원들은 사정이 그렇지 못해 과장이 알아서 의국 운영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등 4개 국립대학병원은 2009년 총 68회 학술대회 등을 개최하기 위한 비용 총 11억 6095만원을 조달하면서 그중 자체 예산으로 충당한 것은 4.6%인 5316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73.9%인 8억 5882만원은 제약회사 등 직무관련 업체로부터 충당했으며, 서울대병원은 자체 예산이 한 푼도 없었다.

의국 회식비, 학술대회 참석자의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을 제약사가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상 리베이트 쌍벌제 관련 조항이 지난 11월 28일부터 시행되면서 이런 식의 지원을 받다가 적발된 의사들은 1년 이내의 자격 정지와 함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방의 모대학병원 교수는 "학회 참석차 5일간 미국 출장을 다녀오려면 최소 300만원이 들어가는데 사비로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 "그러다보니 아예 해외학회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병원이 의국비를 현실화하거나 정부가 학술 관련 경비 일부를 지원하지 않는 한 의사들은 리베이트 쌍벌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제2, 제3의 전북대병원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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