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웅 판결을 계기로 심평원의 요양급여 심사기준에 대한 의료계의 근거자료 공개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상임이사회에서 노건웅 원장 1심 판결과 관련한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서태환)는 지난 4일 노건웅(소아과 전문의) 원장이 심평원을 상대로 '약제 요양급여기준 제정 근거자료 공개'를 청구한 행정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노 원장이 요양급여 인정기준 제정 근거자료를 요구한 것은 인터맥스 감마 주사제.
이 약제는 허가사항을 초과하더라도 표준요법에 반응이 없는 중증의 아토피성 피부염에 사용할 경우 급여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자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피부과분과위원회는 2006년 3월 국소 스테로이드, 국소 calcineurin 억제제, 전신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 항생제 등의 표준요법을 '12개월간' 시도해도 호전을 보이지 않는 심한 아토피 피부염에 대해서는 인터맥스 감마를 투여할 수 있다는 급여인정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노 원장은 "아토피 피부염에서 소위 표준요법이라고 제시한 대증요법을 12개월씩 실시하지 않아도 단기에 인터맥스 감마를 사용하면 쉽게 호전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부작용으로 인해 투약을 꺼리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제제와 같은 약제를 12개월씩 우선 사용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심평원에 근거자료를 요구했다.
노 원장은 심평원이 피부과분과위원회가 급여인정기준을 제정할 당시 의사 결정과정에 제공된 회의 자료, 의사결정 과정이 기록된 회의록 등을 공개하지 않자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심평원은 2006년 3월 피부과분과위원회 회의록에 기재된 발언자의 인적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정보공개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하라"고 못 박았다.
피부과분과위원회 위원들의 인적사항을 제외하고, 회의 관련 자료와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라는 게 법원의 결정이다.
재판부는 "이 부분 공개로 인해 심평원의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오히려 회의록 공개를 통해 요양기관 종사자로 하여금 건전한 비판과 의견을 유도해 의료현실과 평가기준의 불합리한 불일치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의협 이혁 보험이사는 "노건웅 원장이 의사들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면서 "현재 심평원은 심사기준의 근거자료 일부만 공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노 원장 판결문을 회원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문제가 있는 심사기준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근거자료 공개를 요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의협은 심평원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경우 협회 차원에서 대응해 나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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